아침 10도, 낮 27도였더란다.
새벽은 더 낮은 기온이었을 테다.
움직여야지, 그렇게 시작하는 또 하루이다.
학교로 내려가기 전
산 그늘진 곳에서 두어 뿌리 캐온 난초 종류를, 어쩌면 그냥 풀일지도,
달골 창고동 앞 꽃밭에 옮겨보다.
측량,
땅을 긋는 것 참 말이 안 된다.
인디언 추장까지 아니어도 그런 상황 앞에 서면 어처구니없이 여겨지는.
게다 그 땅 긋는 일로 몇 십만 원의 돈을 낸다?
그런데 이렇게 힘이 들면 그럴 만도 하겠다싶을 만치 풀 우거진 산기슭 묵정밭에
오늘 경계말목을 박았다.
달골에는 또 새로운 역사를 쓰기 시작한다.
사람 보내고(보름 전 가까운 벗의 부고를 받았다) 뻘밭처럼 허부적거려도 삶은 계속된다 그런? 그런.
치유정원을 준비할 거다.
그 첫 절차이라.
굴삭기 작업을 진두지휘할 장순샘도 와서 말목을 확인하였다.
밤, 멧돼지 두 마리 큰길로 내려와 길가에서 머뭇대고 있었다.
큰 놈과 작은 놈이니 어미와 새끼쯤인 듯한.
길을 잃어버렸을까.
그런데, 산짐승도 반가운 산골이라니까.
사람 만나는 게 외려 무서운. 무서운? 그렇다니까.
그들을 만나는 순간, 잊고 살았던 세계를 퍼뜩 생각한다.
산에 살아도 사람만 살고 있는 줄, 다른 존재들 같이 있음을 자주 잊고 하니.
우리 같이 살고 있구나...
오늘은 넘기면 안 된다, 그런 일이 있다.
하는 김에 밀린 글쓰기도 하고 기록들도 좀 챙기자.
그런데, 어제 랩탑을 끌 때 움직이지 않던 자판이 여직 먹통이다.
멀리서 기락샘이 원격으로 시도도 해보지만
자정께 한 시간을 넘게 그렇게 시간만 보내고 진이 빠졌다.
이럴 때 흔히 하는 말 습관으로 ‘실컷 결심했는데 되는 일이 없다’가 된다.
보름을 보내고 자리를 털었는데, 이제 일을 좀 하려는데,
허허, 컴이 안 움직인다니까.
이럴 땐? 하지 말란 말로 해석키로.
일단 가까운 읍내 들고 가서 보고, 안 되면 큰 도시의 AS센터까지 가야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