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 7.물날. 맑음

조회 수 690 추천 수 0 2015.11.01 16:02:37


달골 콩밭 굴삭기 작업 이틀째.

묵정밭을 명상정원(치유정원 혹은 채플)으로 만들기 위한 기초 작업.

나머지는 몇 해 손으로 하나씩 하나씩 채워나갈.

‘달아 노피곰’ ‘아침 햇발’ ‘아침 뜨락’, ‘새벽 뜨락’, ‘달하 노피곰’, ‘해야 머리곰’, ‘노피곰 머리곰’ ‘신새벽’ ‘새벽의 집’...

그 쯤의 이름.


달골 명상정원은 손전화 하나를 제물로 요구했다.

굴삭기는 어제는 전체 평탄작업을,

오늘은 밭의 머리 부분에 연못을 팠다.

장순샘과 학교아저씨는

어제오늘 흙을 뒤집으며 나온 비닐이며 쓰레기들을 끄집어냈고

잡초를 털어냈고 돌멩이들을 정리했다.

그런데, 장순샘 손전화가 허리에 찬 가방에서 흘러내려 흙더미에 묻히고 말았다고.

낮 5시에 작업을 끝냈고 4시쯤 마지막 통화를 했다 하니

한 시간여 틈에 벌어진 일.

그 사이 굴삭기가 그 큰 손으로 못이 될 자리 흙을 파내고 둑을 쌓고 하였으니...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더란다.

안타깝고, 미안하였네.


어느 분이 사진전을 한다는 소식.

소식을 전한 이는 그의 사진을 ‘허위 없이 단지 찍는’ 우직함으로 표현했다.

단지 사는 우직함, 그런 말로 내 삶이 치환될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다례 시연회가 인근 도시에서 있었고,

준비해서 나가기 전 교무실에서 바삐 바삐 글월 하나 썼다.

한 어르신께 드릴 말씀 있었고, 드려야 할 얘기도 있었고, 여쭈어야 할 것도 있었는데

9월이 갔고, 가을이 왔다.

황망히 세상을 떠난 이를 무겁게 보내는 동안 거개의 일들이 그러했듯이

시간만 흐르고 있었는데,

그 사이 간밤 당신이 먼저 메일을 보내오셨기 부랴부랴 몇 자.

‘메일을 받고 화들짝.

시간은 늘 어찌 이리 성큼 가는지요.

전화 드려야지, 하고 전화 두어 차례 하다 연결 안 되니 그러다 말고,

메일 드려야지, 하고도 날이 가고 달이 가고 그러다 계절이 설컹 넘어가버렸습니다.

한가위는 잘 쇠셨으리라,

그 전 여름 쉼도 좋은 시간이셨으리라.’

읽자마자 답글을 주셨다,

‘속에 있는 근심거리를 나누려던 마음을 고맙게 생각하며

또 소식 나눠 주시기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깊은 사랑을 담아’.

제때 하는 인사, 늦지 않은 응답, 그런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몸을 조금 더 재게 움직여야겠다.

달골 명상정원을 만들기 위한 움직임처럼

이 생에서 뭔가를 또 시작할 수 있음이 기쁘지 않더뇨.

그처럼 그 힘처럼 일상에 놓인 일들도 씩씩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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