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15.나무날. 맑음

조회 수 703 추천 수 0 2015.11.06 16:57:45


안하는 날이라 잠도 많이.

안하는 날이라 노는 것도 많이.

안하는 날이라 하는 것도 많이.

위탁교육 중. 오늘은 ‘안하는 날!’


마을을 걸어 내려왔다.

보통 학기 중에 아이들과 있을 땐

해건지기를 달골에서 끝내고 차로 먼저 내려와 아침밥상을,

저녁수행을 끝내고는 마무리를 부탁한 뒤 역시 차로 먼저 올라가 일정을 준비.

그런데 아이들과 온전하게 같이 움직이기로 했다.

가을 빛 산마을, 감국도 꺾고,

달도 없고 가로등도 없는 길을 별빛 이고 걸어 오르고.

해건지기 하고 밥도 같이 준비하고,

가마솥방 난로 설치 작업도 함께하고.

같이 뭔가를 하고 찢어져 각자 보내고 다시 모이기를 반복했다.

오후 얼마쯤은 본관과 꽃밭 사이 마른 풀들을 맸다.

도끼비바늘이 온 데 붙어 떼어내느라 왁자해진 운동장,

오랜만에 운동장에 아이들 소리가 부서졌다.


한 밤 거실, 아이들 앞에서 벌떡 일어나 춤을 추었다.

‘“축하드립니다, 동서남북에 입장하시게 된 것을 ”

‘동서남북’을 했다.

어제부터 하자던 놀이다.

가위바위보에서 이겼고 첫 번째로 했다.

“동으로 두 번!”

‘30초간 춤추기’

그래서 췄던 춤이었다.

낄낄댔다. 즐거웠다.


“오늘도 책 읽어요.”

하루 갈무리를 하고 날적이를 쓰고 거실에서 모여 책을 읽으며 꿀차를 마셨거든.

제보다 젯밥이었다.

책을 읽다 문득 생각난 게 있으면 그렇게 얘기를 잇기도 했다.

“그런데... 공부가 왜 재미없어?”

“답을 모르니까요.”

아, 그렇구나, 그랬구나, 그러면 답이 알도록 하면 되겠네.

“여기서 공부하면 안돼요?”

보육원 아이가 물었다.

음... 이곳에서 그런 일정을 하기에 물꼬가 너무 멀리 와 있는 걸.

물꼬는 물꼬 규모에서 할 수 있는 일, 이렇게 마음을 부리는 일 정도만 지금 할 수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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