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16.쇠날. 맑음

조회 수 695 추천 수 0 2015.11.06 17:02:11


해건지기. 진지하고 정성스런 아이들. 위탁교육 중.

조금만 하자거나 그만 하자거나 할 수도 있을 것을 하는 줄 알고 하더라.

어쩌면 이 시간이 우리들 시간의 집약일수도.

기도이고 수련이고 명상.


장순샘이 들렀다.

아이들이 반가워했다.

지난 번 달골 명상정원 평탄작업과정에서 나왔던 칡으로 즙을 내왔다.

아이들이 은행을 까고 구워 대접하다.

저들이 만든 고추다짐장도 선물하다.

그리고 ‘마장순 쇼’가 있었다.

과거 뷔페에서 일한 적이 있던 장순샘은 과일을 깎아 장식하기를 선보였다.

사과와 당근과 감, 깜짝 놀랐다. 뭐도 뭐 하는 재주가, 그런.

즐거운 한 때.


김치김밥을 쌌다. 산에 갔다.

산은 텅 비어 있었다.

커다란 우듬지 아래 눕고, 살포시 눈도 붙이고, 책도 읽고.

돌과 나무로 놀기도 했다.

돌아와 책도 읽고 이야기도 나누고 종이접기도 하고 은행도 까고.

아, 산에 접어들며 절집도 들어갔더랬다.

대배 백배를 한 아침이었으나, 이 아이들을 놓고 기도하는 그 마음으로 백배의 절을 또 하였네. 기도처니까.

다리가 조금 후들거리더라.


밤, 지네 출현!

산에서 옷에 붙어왔던 모양이다. 얼마나 놀랐던지.

그가 어디 자리 틀고 있었더라면,

그러다 아이들도 가고 혼자 있을 때 나오기라도 했더라면 으악!

그러고 보니 이 아이들을 의지하며 보내는 산마을이 시간이었고나.

그리고, 한 아이만을 집중치유하는 위탁교육을 그만하고 싶어졌다.

둘은 돼야 한다. 이리 소소하고 재밌다.

혼자는, 아무래도 아이가 너무 심심컸다. 가혹까지 할 수도 있겠다.


오늘 목욕을 하는 아이 등을 밀어주었다.

엄마가 있었다면 그러지 않았겠는가.

늘 혼자 씻는다고 했다. 열세 살 사내 아이면 그럴 만.

아이의 등을 보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너무 일찍 혼자가 된 아이.

그런 아이들을 너무 많이 안다. 그런 아이들이 너무 많다...


달골 청소를 하고 거실에 둘러앉아 위탁교육 전체 갈무리,

내일 오전 일정이 남기도 하였지만.

가족끼리 밥을 먹었다, 보육원 아이는 오늘 날적이에 그리 쓰고 있었다.

“제가 커서 오늘처럼 아이들 데려와 잘 돌볼게요,”

아이가 말했다.

좋았던 게 너무 많아서, 스무 살 아이는 얼마동안 보낸 예서의 생활에 대해 그랬다.

고맙다, 같이 보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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