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10~11.불~물날. 구름

조회 수 696 추천 수 0 2015.12.05 23:26:09


10만 민중총궐기를 앞두고 술렁일 주말이다.

모일만하니 모이겠지.

물꼬 샘들 몇도 합류한다.

그런데 달골 명상정원 손보태기로 잡은 이틀이 또 그때.

꼭 왔으면 하는 샘 하나가 시청으로 간다고 물꼬 걸음이 어렵지 않을까 했다.

“있는 곳이 현장이지!”

그렇다, 있는 곳이 현장이다.

우리는 이 산마을에서 삶에 충실함으로 총궐기에 동참할 것이다.

그런데, 10만 명을 모아놓고 과연 지도부는 80년대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그 정도나 모인 사람들의 걸음이 헛되지 않게 대국민 설득은 가능할 것인가,

우리 그렇게 모였다를 넘어 성과를 낼 수는 있을 것인가...

부디 이 우울한 시절을 전복할 수 있기를.


밭에서 마른 풀들 정리하고

마늘밭을 만들고

사과밭에 갔다.

그리고 처음으로 알았네.

사과밭에 들어가면 이쪽 끝이건 저쪽 끝이건 꼭 꽃사과 한 그루 있는데

주인의 운치이거니 여겨왔다.

아, 수나무의 은행처럼 그런 거디었다. 수분(受粉)을 위한 것. 가루받이.

그렇게 밭으로 갈 때마다 처음들이 있다. 앞으로 끊임없이 있을. 무엇을 해도 그러할.

그래서 생이 재미있는. 어느 순간인들 같은 순간이 있던가.

우리가 주인으로 짓는 농사는 겨우 텃밭 얼마쯤,

나머지는 이웃을 도와 짓는 것들.

해서 넉넉한 과일들과 다양한 먹을거리들이 풍성한 올해.

작년에 수확을 하지 못한 사과는 해를 거르고 탐실하게 걸렸다.

풀을 잡지 못한 나무 아래는 도깨비바늘이 쉼 없이 아는 체를 했다.

그 생각 못하고 들어간 밭이어 옷자락을 뚫고 살갗을 긁어댔다.

복장이 일을 반 하는 것.


한복이 만들어지고 버려지다시피한 조각천들을 이어 다포를 만들었다.

바느질을 하자면 재단이 다라지.

불과 작은 다포 한 점인데, 한참 전 재단을 해두고 이제야 후루룩.

좋은 감이 들어온 것 있어 조각이불도 한 채 지어보려.

가끔 바느질이 완성되면

어떻게 이런 걸 만들었냐고, 재능이 남다르다는 식의 감탄을 듣고는 한다.

사실은 모다 시간만 들이면 될 일이다. 문제는 시간!


두 시간이나 한 사람과 전화기를 붙들고 있었다.

“할 수 없는 거지 뭐. 뭘 미련을 갖구 그래요.”

언젠가 벗이 한 말이다.

그러나 미련이 남는다면 훗날 다시 미련이 되지 않도록

지금 그에게 전화하기.

자존심으로 보낸 사람이 얼마나 많더냐.

자존심으로 보낼 사람이 아니라면 무릎을 꿇기.

그럴 때 하는 말 있잖더냐, “사는 게 뭐라고.”

괜찮다, 좀 지기. 그것이야말로 이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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