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같은 날들이다.
한편 습한 여름 같은.
비 많다.
곶감들이 걱정이다.
집집이 곶감이 흘러내리고 있다.
괴산 강의.
인천에서 공동체마을운동을 하는 이들의 연수가 괴산에서 있었고, 초청강사로 간 자리.
5시부터 7시로 잡힌 강의가
저녁을 먹고 다시 한 시간 더 이어졌다.
공동체로 사는 일이 어떤 것인지 살아봤고
그곳에서 얻었고 그곳에서 잃었다. 그 얘기들.
그리고 다른 이야기 다 말고 내 이야기 하자 했다.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자리가 좋았다. 정작 내가 한 말은 얼마 없었다.
사람들이 다 말했다. 그리고 울었다.
그런 시간이 필요했던 거다.
넘 얘기 할 거 없다. 나나 좀 보자. 나 열심히 했다. 나 아프다. 잘 살고 싶다. 잘 될 거다. 같이 잘해보자.
내일은 서울에서 섬모임.
그리고, 벗을 만날 일에 설렌다.
애인이여
너를 만날 약속을 인젠 그만 어기고
도중에서
한눈이나 좀 팔고 놀다 가기로 한다.
너 대신
무슨 풀잎사귀나 하나
가벼히 생각하면서
너와 나 새이
절깐을 짓더래도
가벼히 한눈파는
풀잎사귀 절이나 하나 지어 놓고 가려 한다.
( 미당의 ‘가벼히’ 전문)
사랑하는 이를 만나러 가는 길이 너무나 좋아서
외려 가는 걸음을 늦추는 그 마음이라니.
그렇게 기쁨을 극대화하기 위한 미룸처럼,
보자 하면 볼 수 있을 것인데
보고픈 마음 꾸욱 누르고 날을 미루다 한 벗을 만난다.
사랑하는 그대, 그대인 모두, 물꼬의 벗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