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2. 1.불날. 볕이!

조회 수 688 추천 수 0 2015.12.24 00:26:08

 

서리가 눈처럼 앉은 이른 아침이었다.

계자 신청 날.

올겨울은 어떤 아이들과 뒹굴게 될까...


볕이다, 볕.

얼마 만에 해를 보는가.

곰팡이 피우고 흘러내리게 해서 곶감을 다 잡아먹은, 오랜 젖은 날들이었다.

학교아저씨는 어제 가마솥방 앞의 돌탑이 뽑힌 자리에

작은 돌들과 흙들로 정리를 하고 계셨다.


서현샘과 행복했다. 사흘 휴가를 여기서 보내는 중.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있는 것만큼 빛나는 순간이 어디 있겠는가.

간밤엔 산골 두멧길을 같이 오래 걷고,

아침에는 수행하고 차를 마시고,

망치 들고 좀 뚝딱거리고,

물꼬 안내 영상에 대해 얘기 나누었다.(우리 그런 거 한 번 만들어볼까 궁리했네)

그리고 물꼬 국수(물꼬 콩나물국밥만큼 그리워들 한다는)를 먹고.


품앗이 장순샘네 건너갔다.

사람들이 오면 작은 우리 밭에 들어갈 일 굳이 없으니

거들어 하는 농사일이 올 한해 제법이었고, 보람 있었다.

사과를 분류하고 즙을 짜기 위해 상처 난 부분을 도려냈다.

멀쩡한 세 상자는 물꼬로. 잼용 계자용.

남새밭에서 쪽파도 뽑아 다듬었다. 돌아와 바로 파김치를 담갔네.

광평농장에도 건너갔다.

올해도 김장배추를 그곳에서 유기농으로 길러주셨고,

오늘 그 답례로 그 댁의 모자란다는 무를 세 가마니 보냈다.

오늘은 민재샘 생일, 내일은 장순샘 생일,

같이들 즐거웠네.


저녁을 먹고 돌아온 산마을은 어둠이 빈틈없었다.

어제 만들다 만 모과차와 사과잼을 이어 만들기, 설탕 사서 들여와.

딱 자정까지. 납품기한 맞추듯.


지금 그에게서 온 문자는 지금만이 아니다.

지금을 이루고 있는 그를 둘러싼 환경과 함께이다.

그의 벗이 세상을 버렸을 수도 있고,

어느 문장 하나를 읽으며 삶에 대한 태도에 변화를 겪었을 수도 있다.

이제는 떠난다, 가 앞뒤 얼마나 많은 사연과 함께이겠는가.

헤아릴 수 있기를.

이해는 전제가 따뜻함일지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1938 2016. 4.29.쇠날. 맑음 옥영경 2016-05-11 693
1937 2015.11. 4.물날. 맑음 옥영경 2015-11-23 693
1936 2015.10.29.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5-11-23 693
1935 2015. 9.21.달날. 아침 안개 옥영경 2015-10-16 693
1934 2015. 8.15~16.흙~해날. 맑았던 하늘이 흐려가다 옥영경 2015-09-03 693
1933 2015 어른 계자 여는 날, 2015. 8. 7.쇠날. 맑음, 그리고 밤 비 옥영경 2015-08-23 693
1932 2015. 6.26.쇠날. 비 / 6월 빈들 여는 날 옥영경 2015-07-24 693
1931 2015. 4.11.흙날. 맑음 옥영경 2015-05-12 693
1930 2015. 3.13.쇠날. 비 옥영경 2015-04-16 693
1929 2015. 2.18.물날. 싸락눈 옥영경 2015-03-13 693
1928 2014. 9.17.물날. 비 잠깐의 아침, 그리고 흐림 옥영경 2014-10-15 693
1927 2014. 8.24.해날. 맑다고 하기 조금 아쉬운 옥영경 2014-09-20 693
1926 2014. 6.13.쇠날. 잠깐씩 구름 지나다 비 뿌리는 오후 옥영경 2014-07-04 693
1925 2014. 5.22.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4-06-13 693
1924 2014. 4. 4.쇠날. 맑음 옥영경 2014-04-26 693
1923 2014. 2. 7.쇠날. 흐리다 저녁부터 눈 옥영경 2014-02-28 693
1922 2016. 7.17.해날. 갬 옥영경 2016-08-06 692
1921 2015.12.24.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5-12-29 692
1920 2015.12. 5~6.흙~해날. 흐림 옥영경 2015-12-24 692
1919 2015.12. 2~3.물~나무날. 비, 그리고 눈 옥영경 2015-12-24 692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