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2.10.나무날. 비

조회 수 879 추천 수 0 2015.12.29 05:31:10


새벽부터 내리던 비.

오후 비는 거세졌다.


돌탑을 걷어낸 곳에 건너편의 단풍나무 자리를 옮기다.

그 둘레 돌을 쌓고 마무리.

삶터를 옮기는 일은 생이 흔들리는 일.

그에게 좋은 자리이기를.


종일 글과 씨름하다

시집 두 권을 곁에 두기도 했다.

젊은 시인 황인찬의 <구관조 씻기기>와 관록의 시인 신대철의 <무인도를 위하여>.

황인찬은 신대철에 많은 빚을 지고 있었다.


‘숲으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그 사람이 들어갔다 나오지 않았다

옛날 일이다’


황인찬의 ‘무화과 숲’에서 신대철의 ‘칠갑산 2’를 보았다.


‘이른 아침 山 속에 들어간 사람은 영 나오질 않고 희마한 물소리, 물소리, 마을로 내려간

사람도 도중에 가을 山 속으로 들어갔는지? 소년들이 점점 평화로와지는 동안 山은 더 깊숙이

가을 속으로 들어간다. 山을 멀리 떠나 산 山사람들을 하나씩 가을 속으로 불러 들려 한번 들어가면

영영 나오고 싶지 않을 데를 찾아 미쳐 헤매게 한다’


황인찬의 ‘X’와 신대철의 ‘X’는 다른 걸 말하는 시였으나

같은 제목에서 같은 의미를 읽었다.

그렇게 맥을 이어가고,

그렇게 영향을 받고 훌륭한 시인이 태어나고.

사는 게 시이라, 시를 쓰지 않은지 오래다.

다시 시를 기웃거리고

그 바탕을 위해 책을 펼치기로 하는 날.

달래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 마음결에 시가 이불이 되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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