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하고 맑은, 가을하늘 같은.

11월, 가을 반 겨울 반의 계절이 올해는 12월도 이어지고 있다.

콩을 이제야 말렸다.

산마을의 여러 집이 콩타작을 12월에 이르러서야.

날이 오래 젖었으니.

장순샘이 건너와 된장집 너덜거리는 지붕을 어떻게 할까 논의하다.


"어머니는 어떻게 그렇게 부지런하세요?"

무슨 말이더냐.

주말에는 쉬는 수행을 12월엔 날마다 빼지 않고 한다.

그건 부지런함이기보다 '소명'이고

달래 더 할 수 있는 길이 없을 때 하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

당면하면 당면한 대로 하는 그 마음으로.

그러나 게으름도 또한 나이고, 도망을 갈 때도 있다.

자야겠다, 이불을 뒤집어썼다, 내가 도망가는 여러 방법 가운데 하나이다.

닥친 문제에서 일단은 눈감기.

시계는 자정으로 향하고 있었다.

밀린 글이 있고, 물꼬에선 요새도 있다.

언제나 글쓰기 숙제는 ‘물꼬에선 요새’도 엮어 쓰기로.

그렇게라도 해야 기록을 좀 놓치지 않게 되는.

깨어나니 1시가 넘어 돼 있다. 두 시간이 채 못 되게 붙인 눈.

다시 책상 앞. 글쓰기.

해마다 이맘 때 두어 편의 글을 청탁 받고 쓴다.

마감 시간에 초치기하며 맞춘다.

사는 것이 시라고, 물꼬의 삶이 문학적 글쓰기라고

정작 그렇게라도 잊지 않고 쓰는 시간들이 지속적인.

쓰고 있으면 또 잘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 가끔 일기도.


막 덮었던, 자기역사쓰기로 나온 <내 아버지로부터의 전라도>의 한 부분.

‘그 무렵 신영복 선생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다 무릎을 쳤다. 신영복 선생은 모두에게 잘 보이려는 충동을 ‘반대편의 비판을 두려워하는 심약함’, ‘아무에게나 영합하려는 화냥기’, ‘소년들이 갖는 감성적 이상주의’라 규정하고 있었다.’

나는 심약했고,

사사건건 하는 비판투에,

악의적이거나 공격적인 것도 아닌 다만 그의 어투인데,

견딜 수 없이 무너지고

급기야 도저히 입에 담을 수 없는 행동과 말로 번지기까지.

수습이 안 되는.

얼마 전 선배의 몇 가지 호된 비판에 그리했더라는.

그래서 날마다 더욱 수행할 밖에.

그리고,

절간 같은 주말이 지나면 또 한주가 시작되는 것, 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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