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2016 겨울 청계를 함께했던 이들이 남긴 갈무리글입니다.

늘처럼 맞춤법은 틀리더라도 고치지 않았으며,

띄어쓰기도 가능한 한 원문대로 옮겼습니다.

다만 의미 전달이 어려운 경우엔 띄워줌.

괄호 안에 ‘*’표시가 있는 것은 옮긴이가 주(註)를 단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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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이다은:

2015년 크리스마스에 물꼬에 가려고 일산에 왔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기차를 타고 영동역에 와보니 처음 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처음 같이 버스를 탔을 때는 많이 어색했다.

물꼬에 와서 같이 일도 하고 밥도 먹으니 서로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고 많이 친해질 수 있어서 좋았다. 밤에 선생님, 친구들과 서로 진지하고 좋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고 다음에도 꼭 다시 오고 싶다.

물꼬에 와서 많은 걸 배워가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친구들과 금방 친해져서 불편함 없이 1박2일을 지내다 가는 것 같다.

친구들과 함께 일을 해서 몸은 좀 힘들었지만 일을 다 하고 보니 뿌듯했다.

학교생활 하면서 힘들고 지쳤던 것들을 물꼬에 와서 풀고 가는 것 같다.

계자에 뽑힐지는 모르겠지만 다음 주에 다시 올수 있게 되면 어제오늘보다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거 같다. 이번 주말은 2015년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주말이 될 거 같다.

 

9년 김태희:

일상생활 속에서 바쁘게 살아가도 딱 물꼬가 생각나는 시기가 있습니다.

물꼬가 그립고 가고 싶은 마음에 재빠르게 청계를 신청하고 왔습니다.

이번 청계는 다 아는 얼굴들만 올 줄 알고 걱정이 없었지만 영동역에 내리니 모르는 얼굴들이 있었어요. 살짝 걱정은 됐지만 1박2일을 지내다 보니 걱정은커녕 더 좋은 사람들 만나서 가는 것 같습니다. 1박2일... 너무 짧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유달리 시간이 빨리 갔습니다. 되돌아보면 밥먹고, 일하고, 밥먹고, 이야기하고, 약간의 휴식 밖에 없었는데 벌써 1박2일이 끝났습니다. 일이 생각보다 너무 힘들고 많아서 육체적으로 힘들고 피곤했습니다. 하지만 이 일을 계기로 사람들과 친해졌고 뿌듯했습니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파랑” 시간에 모두의 이야기를 듣고 말하는 시간이 정말 뜻깊었습니다. 항상 오면 똑같은 물꼬지만 느낌은 색다릅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경청해주는 자세, 물꼬에서 배워갑니다. 그리고 모구가 물꼬를 믿고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었다는 것이 그냥 고마웠습니다.

물꼬에 오면 걱정, 근심거리 등 다 잊고 그냥 놀고, 이야기하고 지내다가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그냥 청계에 꼭 와야 될 것 같은? 그런 생각이 듭니다.

물꼬 청계 와서 정말 많이 배우고 힐링해서 갑니다. 항상 이런 느낌을 받으니까 계속 오는 거 같아요. 청소년계자 너무 뜻깊은 시간이였고 또 좋은 인연 만들고 갑니다. 이런 좋은 인연 만나게 해준 물꼬가 고맙고 항상 고생하시는 옥샘도 감사합니다. 청계는 꼬박꼬박 잘 참여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9년 하유장:

대략 7개월(* 한해 갈무리 시간이 있었다 보니 2월이라 착각한 듯. 지금은 12월. 허니 5개월)만에 다시 물꼬에 왔다. 여름엔 모든 것이 새로웠지만 이제는 버스에 내려서 물꼬에 발을 디디는 게 반가운 마음이다.

옥샘을 다시 보니 반가웠고, 얼굴을 아는 사람들을 보니 반가웠고, 새로운 사람들을 보니 반가웠다. 물꼬에 오기 전에는 낯가림이 있는 편이어서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썩 마음에 들어하진 않았다. 하지만 물꼬는 달랐다. 물꼬 덕분에 이제는 물꼬 밖에서도 사람들을 만나는 게 좋아졌다.

이번 청계에서 가장 좋았던 건 실타래였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을 해주고, 그렇기 때문에 다들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물꼬를 다시 찾은 이유도 이것 때문이었다. 옥샘의 말씀을 들으면서 생각이 많아지고, 생각을 그대로 말할 수 있어서 좋다.

일을 다 함께 하면서 정말 힘들었지만 일하면서 배우고, 친해지는 사이에 일이 끝나 있었다. 성과가 있는 걸 보고 뿌듯하기도 했다. 생각을 비우는 건 백배만한 게 없다.

또 사람들과 추억을 만들고 간다. 물꼬라는 곳이 있어서 좋다.

 

10년 권해찬:

1박2일의 여정이 끝났다. 이 순간을 위해 반년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벌써 끝나버렸다. 정말 아쉽다.

이번 청계는 다 같이 일을 하던 때가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씨름장을 옮기는 작업을 하며 물론 힘이 들고 온몸이 아프고 시간도 오래 걸렸지만 그만큼 좋은 성과도 보였고 뿌듯했으며 사람들과 빨리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처음 와본 친구들이 먼저 앞장서서 일을 하기 위해 나서는 모습을 보며 감동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낯선 장소와 낯선 사람들과 있다는 것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다.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에선 자연스럽게 자신의 꿈과 관련된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갔다. 일상에서는 이러한 얘기를 주고받을 일이 드물다. 그러나 이런 시간을 통해 나의 꿈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하고 생각해볼 수 있었고 친구들이 갖고 있는 생각과 고민들을 들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참 좋았다. 약간 지루하고 피곤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시간이지만 그래도 이 시간이 지나면 뭔가 큰 걸 배우고 느끼고 가는 것 같아 참 좋은 시간인 것 같다. 이러한 생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는 있지만 막상 실천하기 힘들고 잊어버리기 마련인데 이 시간을 통해 정리하고 성찰할 수가 있다.

새로운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고 때론 깊은 생각을 하고 때론 아무 생각도 안할 수 있어서 물꼬가 참 좋고 계속 찾게 되는 것 같다. 이 공간에서 이런 시간을 계속 가졌으면 좋겠다.

 

10년 김도영:

15년 겨울계자, 1년 만에 오는 청소년 계자여서 더욱 기대를 하고 왔습니다.

물꼬를 떠나있는 동안 물꼬가 참 그리웠습니다.

공부에 치여 살고 마음이 휴식을 원할 때 항상 물꼬를 생각했어요.

26일 흙날, 반가운 오랜 친구들을 만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왔지요.

교문에 들어서고 제일 반가웠던 분이 옥샘이셨어요.

옥샘을 본 순간 정말 물꼬에 왔구나 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머리는 짧아지셨지만 여전히 인자하신 웃음으로 모두를 반기고 계셨지요.

그 모습이 좋았습니다, 마음이 놓였어요.

이번에 저희가 대공사를 했죠.

물꼬에 오면서 이렇게 힘든 일은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힘든 만큼 보람도 있었고 정근이와 효기가 일을 하며 점점 마음의 문을 여는 모습을 보고 뿌듯했습니다.

힘든 일을 마치고 먹는 밥은 역시 맛이 있더군요.

숙제검사와 실타래 시간, 들떠 있는 분위기를 차분히 내려놓고 진지해질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평소 효기와 정근이의 속 이야기를 자주 들었지만 또 다른 이야기를 들은 것 같아 기분이 묘했어요.

올 때마다 많은 것을 배우는 시간인 것 같습니다.

1박2일 동안 짧지만 많은 감정이 오갔어요.

물꼬 밖에서 힘들 때면 물꼬를 생각하며 마음을 다스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계자 오래오래 해주세요.

옥쌤, 사랑합니다.

 

10년 김효기:

청주에서 온 김효기라고 합니다.

김도영이라는 친구에게 소개받아 홍정근이라는 친구와 같이 물꼬에 왔습니다.

그냥 수련회 같은 느낌인 줄 알았는데 시골 할머니 집에 온 것처럼 편안하고 배운 것이 많았습니다.

새로운 인연을 맞이한다는 것은 늘 새롭다는 것을 느낀 것 같습니다.

처음으로 오서 앞에 있는 씨름장을 옮기면서 처음으로 만난 사람들과 친해지는 계기가 되어 저에게는 좋았던 시간이었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마치 울타리 안에서 키우는 소보다 방목하는 소가 육질이 더 좋고 맛이 좋다고 하듯이 주어진 틀에서만 하지 않고 하고 싶은 것들을 하는 시간 즉, 나에게 힐링이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나의 진로, 고민 등 많은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소통하는 모습이 너무 좋았습니다.

내년에도 시간이 되면 또 오고 싶습니다. 1박2일 동안 감사했습니다.

 

10년 홍정근:

안녕하세요. 저는 친구 도영이에게 추천을 받아 오게 되었습니다.

저는 솔직히 와서 완전 재밌게 놀고 가는 줄 알았습니다.

근대 물꼬라는 데를 오고 나서 일하는 게 재밌다고 처음 느껴보았고 추억도 쌓아서 정말 좋습니다. 그리고 여기 와서 제일 많이 느낀 게 나를 다시 돌아보는 시간이 된 거 같고 미래를 생각해본 적 별로 없던 것 같은데 물꼬를 오고 나서 미래를 생각해본 시간이 된 거 같고 고민도 많이 있었는데 그런 생각없이 지냈고 물꼬라는 데는 마음을 치유하는 데라고 할까요 그냥 나쁜 마음이라던지 다 치유되는 기분인 거 같고요 나중에 기회가 생긴다면 꼭 다시 한 번 오고 싶네요. 감사했습니다.

 

11년 김수연:

고1에서 고3 올라가는 겨울, 3년 만에 그립던 물꼬를 다시 찾았다.

동생은 나보다 물꼬 사람들과 친하고 일도 나보다 잘 할테니 걱정 없었을 테지만 나는 오랜만에 오는 설렘과 함께 걱정도 함께 들었었다. 물꼬에서 내가 어떻게 일했는지도 가물가물하고 반가운 얼굴들과 어색할까 봐 조마조마했었다. 하지만 영동역에서 얼굴을 보자마자 3년의 공백이 ‘어제’라는 하루로 바뀌어 마치 어제도 만난 것처럼 자연스러웠고 예전과 다름이 없었다. 역시 물꼬. 어색함이란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는 곳이다. 물꼬 앞에서 내리는 버스를 타면서 물꼬로 들어오는데 그 익숙한 길은 마치 몇 년 만에 고향을 방문했을 때의 그 두근거리는 마음과 같았다. 옥샘 뵈자마자 엄마한테 안겨있는 포근함을 느꼈고 아늑함을 느꼈다. 이 공간 자체가 나에게 안정을 되찾아주었다. 9명이 힘을 합쳐 옷방 속 이불 베개를 다 털고 씨름장(?)을 통째로 옮겼다. 사실 이런 일들은 내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면 충분히 빠져서 안할 수도 있는 일들이다. 그러나 단 한 명도 게을리하지 않고 ‘정성스럽게, 온 마음을 다해’ 일했다. 물꼬를 위해, 또 나를 위해. 왜 나를 위함이냐고 묻는다면 마음을 쓰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라고 말할 것이다.

고되게 일하고 여러 사람들의 마음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물꼬의 큰 장점 중 하나는 스스럼없이 자신의 얘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어느 누구도 편견을 갖지 않고 ‘나’라는 존재를 있는 그대로 봐준다. 그래서 더욱 물꼬의 연이 소중한 것 같다. 과연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고 아껴주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그런 존재가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고 또 감사한 일인 것 같다. 마음을 비우고 갈 수 있어 좋았다. 새로운 인연을 만나 좋고 오래된 인연을 이어갈 수 있어 행복하다. 사골도 오래 끓이면 더 진국이 되듯 물꼬도 오면 올수록 그 참맛을 깨닫게 되는 것 같다.

 

11년 류옥하다:

일 참 많이 한 계자였다.

씨름장을 통째로 옆으로 옮겼다.

삽질을 해서 타이어를 묻고, 땅을 파서 그 자리에 모래를 옮겨 넣는 대작업이었다.

처음 온 친구들이 오래 일했던 친구들 못지않게 일을 해주어서 놀랐다.

고3 올라가는 시점에서 생각이 많았는데 일하면서 이제 조금 정리가 된 것 같달까.

오랜만에 한 일이 참 좋았다.

실타래 시간에 지난 한해를 좀 정리할 수 있었다.

고등하교에 가서 2년, 별 일도 많고, 바쁘고 정신없이 보냈다. 결산도 하고 반성과 다짐도 해보았다. 남들 살아온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누군가에는 인생의 변환점이고 누군가에게는 혼란기였고 누군가에게는 꿈의 시간이었다.

물꼬는 내게 어떤 의미일까.

좀 생각하는 시간인 것 같다.

인생에 대해, 사회에 대해, 한번 능동적으로 사고해보는 시간이 우리에게 그렇게 많지 않다.

좀 덜 걱정하는 시간이다.

우리 너무 걱정하고 산다. 덜 걱정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어쨌거나 살고 있고, 이 시점에 존재한다.

그저 하루하루를 더 정성스럽고 행복하게 지냈으면 하는 바람을 얻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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