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2.30.물날. 밤 눈

조회 수 701 추천 수 0 2016.01.03 01:26:54

 

 

'수고에 감사드립니다. 자유학교 물꼬가 처음과 같은 마음으로 지속되길 응원합니다~'

오랫동안 물꼬를 들어왔고 기회를 엿보았으나

먼 길이 쉽지 않다가 드디어 오게 된 한 아이의 엄마가 보내온 문자.

‘처음과 같은 마음’,

‘지속되길’,

‘응원’, ...

고마운 낱말들이었다.

작은 문장 하나로도 이렇게 허리를 곧추세우게 되나니.

그런 힘으로 물꼬가 걸어왔고나.

 

오늘 마감을 한다는 가게가 있어 내일 보겠다던 계자를 위한 장을 서둘러 보게 되었네.

밤, 고개를 넘어오자 눈이 내리기 시작했고,

이 골짝으로 들어서자 함박눈이 되었다.

눈 내리는 겨울 밤, 대여섯의 식구들은 갓 만든 두부로 밤참을 먹었다.

고솜하고 따듯한 밤이었다.

자정에 류옥하다는 운동장에서 눈사람을 만들었다.

작은 의자 두 개를 버팀목으로 두고 고릴라 같은 저 같은 눈사람.

비가 오면 빗속에서 저리 놀았고, 바람 불면 바람개비처럼 한껏 돌며

이 마당에서 9학년이 되는 나이까지 적지 않은 시간을 저 홀로 보낸 아이.

이제 세상 속으로 들어가 분투 중.

 

어제 희중샘이 서울로 글집과 미리모임 자료를 보냈고,

오늘 논두렁 금룡샘이 인쇄를 마친 그것들을 이리 보내셨단다.

지난여름에 이어 이 겨울에도 애쓰신다.

계자 전날 밤을 새워 희중샘을 비롯 두엇이 한 장 한 장 복사해서 엮던 글집이었다.

아이들이 들어오는 아침 그렇게 곤하게 시작을 해왔다.

멀리서 일을 그리 덜어주니 산골 겨울이 한결 가벼운.

노래집도 십년 만에 당신 덕에 그렇게 다시 엮을 수 있었고,

지난 6월 이생진 선생님과 함께하는 시잔치도 이것저것 그리 인쇄물을 챙겨주셨다.

우체국 택배로 보냈노라.

다른 택배는 모아서 한 번에 산마을로 들어오고는 하는데,

우체국 택배는 바로 오니 서둘러 보내야 할 때 소포를 보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영화 <마션>.

화성에서 살아남기.

화성탐사를 떠났다 사고로 남게 된 식물학자가

그를 구출하러 오는 시간동안 기지 안에서 감자를 심어 거두어 먹기도 하며

살 궁리를 하고 결국 살아서 돌아오는 이야기.

뭔가를 하라, 한 고비를 만나면 해결하고 다음 문제를 만나면 또 해결하고!

그 말을 하고 싶었구나, 이 영화.

‘내가 가장 많이 받는 다른 질문은

화성에 혼자 남겨졌을 때 죽을 거라고 생각했냐는 것이다.

그래 당연하지...

우주에선 뜻대로 되는 게 아무것도 없어.

어느 순간 모든 게 틀어지고 ‘이제 끝이구나’ 하는 순간이 올거야. ‘이렇게 끝나는 구나’

포기하고 죽을 게 아니라면 살려고 노력해야지.

그게 전부다.

무작정 시작하는 거지.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고, 다음 문제를 해결하고, 그 다음 문제도...

그러다보면 살아서 돌아오게 된다!’

재미도 있었고, 마음 단단해지기까지 하더라.

아들이 보라 했더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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