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건지기.

샘들과 같이 여는 새해.

새해를 향한 간절한 기도, 힘찬 움직임.

날마다 새로 시작하는 아침, 새로 시작하는 삶일 수 있으리.

주말에는 쉬는 수행이었으나

12월 한 달은 하루도 빠짐없이 어디에서고 아침수행을 했더라.

그렇게 밀고가기.

 

샘들과 아침산책을 나가다.

여기 있다고 그리 걷는 시간이 쉽더냐, 더구나 계자를 앞두고 보면.

달골 명상정원도 거닐고, 햇발동과 창고동 안도 둘러보기.

화분들 돌봐주고.

우리 삶의 어제의 일들을 되짚고, 우리들의 내일을 기대했나니.

와, 우리 여전히 ‘기대할’ 수 있다니!

 

희중샘과 연규샘은 잠시 읍내를 다녀왔네.

샘들은 들어와 지내는 동안 물꼬 살림에 누가 되지 않도록 한다고

저들 먹을거리들을 들여오고는 한다.

수육이며 생선이며 조개며 계자 전 하는 몸보신이었네.

“정작 내가 챙겨줘야는데...”

고맙다, 젊은 벗들이여, 그 마음씀이 더욱.

 

류옥하다는 학교아저씨와 함께 옛 목공실을 정리했다.

고3 수험생활이 시작되었는데, 고맙다.

그리 손 보태고 나갔네.

그 아이가 그나마 좀 하는 공부는 이런 일머리에서 길러졌을 것.

공부를 하는 근간도 일을 통해 만들어졌을 거란 제 해석도 있었더랬다.

일이 공부였으리.

그것마저 없다면 이 산골 삶이 너무 무가치해지잖여, 그가 보낸 9학년까지의 긴 날이.

분명한 건 이곳에서 하는 나날의 공부의 절반은 일을 통한 것이란 사실.

 

교무행정일들, 재봉질도 하고,

흙집 창문 막은 곳에 몬드리안 흉내도 냈네.

스치로폼 위여서 무슨 점묘법처럼 붓을 오래 놀려야했네.

어두침침한 공간 밝게, 아이들이 마음 좋도록.

어린이 치과의 현란한 색채는 아이들의 공포심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지 않더뇨.

하여 낡은 살림 밝게라도.

 

아, 장보기 끝내놓으니 내일 하루가 벌어졌고나.

서둘러 이것저것 챙겨왔는데 왜 하루쯤의 시간이 비는가 싶더니.

하루를 벌어 논 걸 한밤에야 알았네.

샘들한테 달려가 소리 소리 즐겁게 질렀다네.

드디어 계자가 코앞, 내일은 161 계자에 함께할 샘들이 ‘미리모임’ 자리를 만든다.

행복하겄다.

 

‘동학농민군 사망자의 대부분은 사십 대가 많았다.

 시절을 생각하면 절반은 노인들이 혁명하자고 집을 떠난 것이다.

 노인이 청년의 미래를 위해 사지로 걸어 들어간 것이다.

 먼저 살았으니 먼저 죽는 것은 관계없다는 아름다운 염치였다.

 2016년에는 새해 복 따위 집어치우고 그냥 혁명하자. 한 번만 해보자.’

한 선배의 글 말미였다.

(혁명; 명을 갈다. 목숨을 가는 거야, 다시 태어나는 거지.)

그래, 우리 좀 그래보자.

내 안에서도 혁명(“나로부터 일어나 투쟁하리라~”),

내 바깥에서도 혁명(“참 자유 평등 그 길로 힘차게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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