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 9.흙날. 맑음. 기온 뚝

조회 수 709 추천 수 0 2016.01.15 04:40:59


아이들 가고나니 날 매워졌다. 고마운 하늘. 물꼬 뒤에 하늘 있다!


아침 해건지기. 희중샘 연규샘이 동행한.

계자 끝난 다음날 아침 수행을 하는 일 드물었다.

수행이 우리를 어떤 힘으로 끌어주는지를 알기에 고단함을 밀고 일어나기.

아, 우리 무슨 깊은 인연 있어 이런 아침을 함께 맞는가.

아름다운 아침이었다.

새끼일꾼 도영 형님과 효기 형님의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


계자 때 교무실과 창고로 옮겨간 물건들 모둠방으로 다시 들이다.

자잘한 것들이야 쉬엄쉬엄 학교아저씨가 하면 되나

큰 책상 같은 힘을 쓸 일에는 장정이 최고라.

남자 샘 셋 바지런히 옮겨주었다.

작은 것들이라고 일이 아닐까, 손 있을 때 한다고 움직임이 쟀다.

부엌에서는 여자 샘들이 냉장고 정리부터.

냉동실 벽에 붙은 얼음들을 깨지 못하고 계자를 했다. 이제야.

모든 것들을 다 빼내 더하고 합치고 다시 놓고.

밥바라지 엄마 1,2호기가 반찬통에 달아둔 이름과 정리들이 있어 수월했다.

마지막까지 애쓰신 흔적들.

냉장고가 오히려 식품의 신선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던 류옥하다의 말을 생각했다.

그렇다. 냉장고를 믿고 때로 오래 보관하고 제 때 먹지 못한 것들이 있다.

책상정리처럼 옷장처럼 냉장고를 정리하는 것도

새로 살겠다는, 다시 살아보겠다는 의지 같은 것 아닌가 싶은.

계자 중심으로 돌아갔던 부엌살림들을 평소 움직임으로 되돌리다.

밥바라지 엄마들이 편한 구조로 놓였을 물건들을

다시 일상에서 사용하는 사람 중심으로.


청소도구들도 모두 털고 빨고 널고.

“아악!”

한 번씩 나오는 비명.

아예 바깥 수돗가에서 하는 게 편하다고 그렇게 찬물에 손을 담그고 있었다, 효기와 도영.

쓰레기통 주변이며 청소도구장이며

청소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정리해둘 것, 자주 하는 말이다.

쓰레받기와 비들은 그렇게 씻겨 평상에 널렸다.

산오름에 쓰인 가방들도 담가두고, 계자에서 나온 빨래들도 빨고.

행주며 앞치마도 빨아 삶고.

삶고 빨고 볕에 널면 그만 수건 같아져 쉬 수건 장으로 가려는 걸레들도

다시 표시하여 널고,

수건으로 쓰이다 이제 더는 얼룩을 뱉지 못하는 수건들은 걸레로 보내고.


자정에 들어온 11학년 류옥하다.

물꼬 누리집 관리자 역할을 요새는 거의 그의 손에 의지하고 있다.

사진 탑재를 부탁한다.

1차 연규샘이 거르고 2차 옥영경을 거친 사진들이었다.

“하다야, 고3 이어도 해줘야 해!”

그가 수월하게 빨리 하니.

“염려마세요.”

학교를 가지 않았던 9학년까지도

지붕이며 전기며 온갖 수리에 이 너른 공간 청소와 정리를 대부분 그가 해왔다,

학교아저씨와 함께.

팔자려니 하라지만, 옛적엔 열두 살이면 집안을 건사했다며 그를 움직이게 했지만,

미안하고 고마운 시간이었다.

일이 그를 건강하게 키웠으리라, 그게 공부를 하는 힘도 되리라는 것으로 위안삼기로.


아이들이 남긴 반죽.

보글보글방에서 호떡에서도 칼국수에서도 남았던 것들.

빵을 구울까 하다 마침 샘들이 사온 바지락 있어 수제비를 끓여내다.

계자는 또 이렇게 일상으로 이어진다.


저녁답에야 희중샘과 새끼일꾼 도영과 효기 나가고,

연규샘이 달날까지 남아 계자 뒷정리들을 돕기로 한다.

이번 학년도엔 거의 안에 있는 식구처럼 움직인 그니이다.

고맙고, 기특하다.

황망히 저 세상으로 먼 곳으로 여러 사람을 보내며 출렁였던 가을과 겨울,

곁에서 힘이었다.

그렇게 우리 품앗이이리.

네 뒤에 내가 있다!

“옥샘 뒤에 저희 있어요!”

이제 지난여름 일정에서 이적지 끌어왔던 문제 하나를 해결해야 하는 며칠에 대해

연규샘이 그랬네.

내 뒤 하늘이 있고, 그리고 샘들이 있더라.


계자를 다녀간 아이들 집으로 전화를 넣다.

몇 계절을 하지 못했던 일이다.

지난여름, 한 아이가 다친 경우가 있었던 그런 땐 더욱 놓치지 말아야 했던 일.(반성 반성 반성)

예전에 세 차례씩 계자를 하던 그때는 어이 다 했었던고.

하기야 그땐 교무행정 샘이 따로 있기도 했더랬네.

모두 무사히 돌아갔고나.

고맙다, 내 사랑하는, 나를 살리는 아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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