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10.해날. 맑음

조회 수 714 추천 수 0 2016.01.15 04:48:23


날 맵다더니 햇살 좋아 움직일 만했네.

아침 수행은 오늘도 이어졌다.

지난 12월 1일 이후로는 주말에도 해건지기를 하기로 했다.

‘해보지 뭐’가 ‘하자’로, 그리고 ‘한다’로 이어진 시간.

연규샘이 동행했다.


학교아저씨는 숨꼬방 앞 아이들이 만든 아지트를 해체했다.

여름 계자에서 아이들이 만든 것인데,

보수를 하지 않으면 흉물스러워 보여 스산한 겨울을 더하고 있었으나

그래도 혹여 왔던 아이들이 겨울에 와서 아쉬우면 어쩌냐고

계자 이후 철거하자시던 일이다.


제도학교로 간 아이의 성적표가 왔다, 계자 중에.

이제야 들여다본다.

오래 학교를 다니지 않았으나 이 산마을에서 일하며 자란 그 힘으로

용케 제법 하고 있다.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 뭐 그런 거다.

물꼬 일은 해도 해도 표도 안 나는데, 공부는 하면 표난다는.

기숙사 체육회를 제 중심으로 준비하고 있다 했다.

준비위를 결성하고 예산을 세우고...

물꼬에서 보고 자란 것이 도움이렷다.


아이들 보내고 감기를 앓는 연규샘 덕에 같이 덩달아 좀 쉬다.

책도 보고 뒹굴고.

한밤에는 마을 고샅길을 같이 걸었네.

물꼬의 삶이 언제 우리 그리 산책이 쉽던 일정이던가.

물꼬 일정들도 논의하고, 지난 시간들을 반추도 하고,

초등 2학년이던 아이가 자라 이제 그렇게 생을 같이 걷는다.


식구들이 제법 모여 닭을 잡고 거기 능이버섯을 넣어 닭죽을 끓여내다.

“이게 멤버가 구성돼야 하잖아.”

연규샘도 학교아저씨도 애썼다 몸보신도 시키고.

밤엔 윗마을 새로 이사 온 아저씨, 신장과 간을 위해 대체의학요법으로 치료 시도.

답례로 내일 유부초밥을 내신다네.


품앗이 선영샘 소식이 닿았다.

오랫동안 아이를 기다려왔고, 그예 왔다!

인큐베이터에 있으나 건강하단다.

장하고, 고맙다.

아이를 위해 아침마다 기도하리라.

(해마다 고흥에서 유자를 보내오던 선영샘의 어머니는

  올해는 차를 만들어 보내겠노라셨다.

  애쓰신 걸 늘 그리 땁박 넙죽 받는다.)

그리고 마을에서는 한 어르신이 돌아가셨다는 전갈이 왔다.

산마을에서 보낸 수년은 그렇게 어르신들을 하나씩 보낸 시간이었다.

마을에서 적이 낮은 목소리였던 당신은 논농사를 가장 많이 짓던 분이셨다.

작년 다리를 다쳐 오래오래 절뚝이며 걸으셨던 당신께 건네던 인사에

상태가 어떻다 한참을 전하던 목소리 목메게 생각킨다.

한 사람이 가고 한 사람이 왔다.

오고 가거나, 가고 오는 생이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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