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1시를 넘기며 사람들이 나서자 가는 빗방울이 하나씩.

세상에! 하늘은 늘 그랬다. 물꼬의 일정에 절묘하게 함게하는 날씨!

그래서 우리는 자주 물꼬 뒤에 하늘 있다, 라고 우스갯소리 한다.

사흘을 보낸 스물 가까이 되는 이들이 갔다.


수련과 티베트 대배 백배와 명상으로 이루어진 ‘해건지기’로 아침을 열고,

이불방 이불을 밖에서 죄 털어 각 잡아 쌓고,

‘먼지풀풀’.

시작할 때 우리를 위해 누군가가 해준 준비처럼

또 다른 누구인가 이곳을 잘 쓸 수 있도록.

수행이란 게 결국 마음 넓히는 일이더라,

쪼잔한 내 마음을 넓혀 타인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품 만들기.

그리고,

“청소의 핵심은 후미진 곳! 모든 사물에는 이면이 있다!”

미처 손이 닿지 못한 곳은 결국 원규샘과 윤상샘이 또 했네.

“샘들이 같이 안 오면 교육연수 안 한다, 아니, 못한다!”

물꼬 free pass 받을만한 두 샘들.


갈무리모임을 하고 글을 쓰고 낮밥을 먹고.

산마을에서 아무 조건 없이 누군가가 날 위해 기꺼이 잠자리를 내고 밥을 했더라,

그 마음을 받아 세상으로 나가 혹여 힘든 한 순간 다음 걸음을 가시라.

그리고, 올 봄 신영복 선생님의 인터뷰 한 구절도 나누었다,

‘역사의 변화는 쉽게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역사의 장기성과 굴곡성을 생각하면서, 가시적 성과나 목표달성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지 말고 과정 자체를 아름답고 자부심 있게, 즐거운 것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던 말씀.

좋은 세상은 좋은 사람이 만든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좋은 사람이 되자,

그것이 결국 또 좋은 선생이 되는 길.

더하여, 갑질의 세상에서 을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 손가. 연대하기!

욕들 봤다. 고맙다.

버스에 오르기 전 한 사람씩 끌어안는데, 사흘이 일 년은 함께 살았던 듯한.

생에 엄청난 변화를 겪은 사람들 마냥 수확물이 흡족한 농부들처럼 뿌듯한 얼굴들이라니.


갈무리를 하고 있을 적 문 밖에 어른거리는 사람들,

상설학교 시절 다녔던 아이였네.

갈등들이 있었고, 이생에 다시 못 볼만치 무참한 시간이었더랬다.

그래도 시간 지나니 이리 오더라.

지난여름 그 시절의 한 아이가 스물이 지나 왔고,

그 다음 주엔 역시 그 시절의 한 아버지가 다녀갔고,

그리고 이네가 왔다.

사는 일이 뭐라고... 그리 또 만나고 한다.

이 생애의 업은 이 생애로 끝내기.


저녁, 눈이 굵어졌다.

버스를 타고 류옥하다는 다시 기숙사로 돌아갔다.

주욱샘이 준 용돈을 전했네.

아이를 같이 키워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그 무엇보다 마음 도탑고 고마웠던.

내일부터 닷새는 소리 공부를 들어간다.

날이 아주 매울 거라지...

그나저나 눈이 피로하기 오랜데 안경은 언제 바꿔주러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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