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2.19.쇠날. 흐림

조회 수 906 추천 수 0 2016.03.11 01:12:04


우수(雨水)의 밤하늘은 다시 흐렸다.

어둔 고샅길을 걸었다.


스무하루 동안의 치유일정 열흘째.

산골에서 장을 보러 나가지도 않고 우리 너무 다양하게 잘 먹고 있잖냐,

머무는 이들이 신기해한다.

아이들 집에서 이러저러 보내오는 것도 있고,

여기저기서 건네주는 것도 있고,

어떻게 어떻게 이리저리 먹고 산다.

그리고,

해건지기-아침 밥상-고전 강독-손풀기-낮밥상-일-바느질-저녁밥상-산보-강독-하루재기.

우리들의 하루흐름이다.


<논어> 강독,

다시 앞 편을 살펴보기도.

우리 삶에서 만났던 빛나는 길잡이가 논어로부터 온 것이 얼마나 많더뇨.


子曰 “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

자왈 “지지자불여호지자, 호지자불여락지자.”

무엇을 안다는 것은 그것을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무엇을 좋아한다는 것은 그것을 즐기는 것만 못하다.


아, 논어6편 ‘옹야’ 20장에 있었더라!


夫仁者, 己欲立而立人. 己欲達而達人. 能近取譬, 可謂仁之方也已

부인자, 기욕립이립인, 기욕달이달인. 능근취비, 가위인지방야이.

인이라는 것은 자기가 서고자 하면 남을 일으켜주고,

자신이 이루고자 하면 남을 이루게 해주는 것이다.

가까운 데서 구체적인 예를 찾을 수 있으면

그것이 바로 인의 (실천) 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옹야편은 30장에서 그리 맺고 있었다.


제 4편 이인 8장.

子曰 “朝聞道, 夕死可矣.”

자왈 “조문도, 석사가의”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


읽고 또 읽고, 이 구절만으로도 하루해가 진다.

죽음을 앞둔 벗에게 공자가

육체의 생명이 다함보다도 정신적인 깨달음이 더 큼을 격려하였다 하기도 하고,

아침에 온 세상에 도가 행해지고 있다는 것을 들었다면, 저녁에는 죽어도 좋다는

공자의 탄식이라고도 했다.(위나라의 하안과 왕숙)

청나라의 학자 유보남은 이리 말했다고,

“도를 듣고도 갑자기 죽지 않고, 곧 습관에 따라 읊어서 장차 덕성의 도움이 되고자 한다. 만일 불행하게도 아침에 도를 듣고 저녁에 죽는다면, 비록 이를 중도에 폐할지라도 그 듣는 것이 없음에 현명함이 멀고 심하다. 그러므로 옳다고 말씀하신 것이다.”

대개는 구도(求道)에 대한 열정의 토로로 해석한 주자를 따르고 있다.

“도라는 것은 사물의 당연한 이치다.

만일 그것을 들을 수 있다면, 살아서는 이치에 순(順)하고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이다.”

공자의 절실한 도의 추구가 아니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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