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밝아 깜짝 놀란 나무날 새벽.

어머니 내 등 뒤에 계셔서 마음 든든한

그처럼 이 새벽길을 달이 비춰주어 고마웠다.

다시 내려간 기온. 영하 9도의 아침.


호되게 이틀을 앓다.

빈들모임이 있는 주말 아니었으면 일어나지 못했을지도.

설사가 잦아들고

의도적인 단식이 아니라 곡기를 끊어서야 이 밤 좀 수습이 되는 듯.

되짚어보니 급성장염이지 않았나, 발열 두통 오한 설사 근육통.

단식 뒤의 과식이 원인이었던 듯.

하루 단식을 하루, 하루라고 그저 아무렇지도 않게 지났고,

일찍 집을 나서는 이 아침을 차려주는 결에 덩달아 남은 걸 먹었더니

게다 무거운 아침 밥상이었고,

별 생각 없이 찾아온 손님과 또 과하게 그리고 급하게 먹은 저녁이었더랬네.

그랬네, 그랬네.


이튿날, 앓고 누웠자 장순샘이 건너와 식구들과 저녁을 차려 먹었다.

마침 학교아저씨랑 밭에 들어가 있었던 참.

'스무하루 동안의 치유 일정'이 3월 1일 끝난다고 삼일절특사라 부르는 이번 일정,

그래서 오는 손님들은 '면회'를 온다하고,

'사식'을 넣어주기도 하고 영치금을 준다고도.

그러니까 오늘 사식이 들어왔더랬네; 송어회.


곰팡이 피지 않고 뒤늦게 살아남은 곶감들을

다듬어 채반에 널고 말리고,

교무실 곳간 널려있던 크레파스도 정리하다.

쉬엄쉬엄 방에 모여앉아 고전 강독도.

같이 지내는 몽고도, 그리고 류옥하다도 기숙사에서 들어와 이것저것 살펴주다.

식구의 든든함으로 마음도 몸도 위로받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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