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3.15.불날. 맑음

조회 수 741 추천 수 0 2016.03.31 05:13:26


내려갔던 기온 다시 오른다.

학교아저씨는 소도 둘레에도 검은 천을 돌려 깔았다.

소도는 다시 땅을 고르고 정리를 해얄 것이지만,

우선 풀을 그리 좀 막아주다.

닭장에도 검은 천을 그처럼 깔았네.

역시 금세 무서운 기세로 올라올 풀을 좀 잡아주기 위한.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 언덕 위에 백합 필 적에

나는 흰나리꽃 향기 맡으며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청라 언덕과 같은 내 맘에 백합 같은 내동무야

네가 내게서 피어날 적에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박태준 곡, 이은상 작)


봄이면 자주 흥얼거리는 ‘동무생각’에서

청라언덕이란 표현은 단순한 장소 이름으로만 그저 알아왔다.

청라, 담쟁이덩굴이란다.

靑蘿(푸를 청, 쑥 라), 뜯어보니 푸른 담쟁이, 댕댕이다.

같은 낱말을 찾으니 충남 보령군에 청라면이 있다.

‘푸른 담쟁이가 우거진’데서 붙여진 이름이라는데,

오서산과 성주(聖住)산 사이에 자리하여, 구릉과 곡저가 착잡하게 얽혀 있는 곳.

가장 낮은 곡저에 청천(靑川)저수지가 자리해 있고

여기에다 ‘담쟁이 집’을 상징하는 나원리(蘿院里)가 있어

청천과 나원에서 각각 한 글자씩 따와 청라가 되었다는.

한자말을 풀었을 때 새삼스레 오는 아름다움...

언젠가 선풍기를 풀고 나서 이쁜 말에 놀라기도 했더랬다; 선풍扇風; 부채 바람

풍선(風船); 바람 배


해지는 봉하마을에 다녀왔다.

일전에 팽목을 다녀온 걸음과 궤를 같이하고 있는 셈이다.

울었다, 많이. 잃은 사람 때문이었고, 남은 우리들 때문이기도 했다.

개인의 출세였든 사회의 진보였든 ‘전력을 다해’ 싸우고 끝없이 번민했던,

검찰수사가 주변을 옥죄어 들어올 때 열네 줄 짧은 글 하나 남기고 떠나버린 당신.

“2009년 5월 23일 아침 우리가 본 것은 ‘전직 대통령의 서거’가 아니라 ‘꿈 많았던 청년의 죽음’이었는지도 모른다... 모두가 중년으로 노년으로 늙어가는 동안, 그는 홀로 그 뜨거웠던 6월의 기억과 사람 사는 세상의 꿈을 가슴에 품고 씩씩하게 살았다...”

홀로 ‘씩씩하게’ 살아냈던 당신.

어디가면 방명록 그런 데 글 잘 안 남긴다.

쑥스러움, 그런 거. 워낙 글씨가 형편이 없기도 하고.

뭐 할 말이 없다는 게 가장 큰 까닭이었겠지.

살아갈수록 그렇게 남길 글이 없거나 짧거나.

그런데, 남겼다. 남겨야만 했다.

이래저래 시절의 끝자락에 매달려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

누가 그러데, 끝자락이지만 발차기를 힘껏 하다보면

우리를 매달고 있는 끝자락의 머리 방향을 바꿀 수도 있지 않겠냐고.

물론 ‘여럿이’ 할 때라는 가정 아래.

씩씩한 당신을 보고 와서 좀 더 씩씩하기로 해본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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