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3.19.흙날. 갬

조회 수 720 추천 수 0 2016.04.07 05:50:07


감자밭 흙을 고르다, 곧 종자 놓을.

마늘밭도 둘러보다.

이른 아침 읍내 어르신 한 분 전화 넣으셨고,

교육청으로부터 폐교된 학교를 임대해서 쓰고 있는 지인과 찾아왔다.

화재로 잿더미가 된 폐교를 빌려 다 단장해서 10년을 썼는데,

대뜸 교육청에서 공개입찰을 한다 딴소리 한 모양.

교육청의 임대계약서 갑질을 이루 말할 수가 없지.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하다.

그리고, 낼모레 명상정원 ‘아침뜨樂’(가칭) 굴삭기작업을 위해

달골 올라 공간을 거닐며 도면을 또 고치다.


병원을 다녀오다, 늑골에 금이라도 간건가 엑스레이 찍으러,

“일어나면 뻐끈하시지요?”

날마다 수행하고 수련하는데도.

음, 이제는 그럴 나이라는 거다.

아, 그렇구나.

호되게 앓은 지가 언제라고 또 이러는가.

(급성장염으로 추정되는 독한 앓이를 2월에 했다.)

그간 서너 달 몸이 뻑뻑했더랬다.

아침마다 해건지기에서 몸을 푸는데도 왜 이런가,

급기야 갈비뼈를 남자 몇이 때린 것처럼.

간밤에는 곁에서들 안마도 하고 파스도 붙이고.

오늘은 뜸을 뜨고.

결국 병원행. 원인은 알아야지. 자가치료를 하더라도.

간 걸음에 계단을 내려오며 접질리고마는 무릎도, 시큰거리는 손목도.

2003년 세 해의 공동체 돌기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연골이 찢어져 있다던, 자가치료로 여태 잘 써왔던 무릎이다.

마라톤도 했고, 발레를 하다 착지를 잘못했을 때도 있고,

오금을 써야하는 설장구며 살풀이며 전통춤도 췄고,

암울한 시대 쫓기며 시멘트 바닥에 그냥 잤던 시절도 있었고,

마구 일했던 일곱 개 나라의 공동체 돌기도 있었고,

까닭이야 충분하고 충분했다.

연골이 아주 닳았더라.

많이 써서. 뼈에 이상은 없고.

손목 역시 뼈가 문제는 아니고.

걸레며 많이 비틀고 많이 써서 그러리라 짐작했고, 그렇다는.

우리들의 나이가 그런 나이.

약을 안 먹겠다 하자 적어도 연골을 위해서는 영양제가 필요하단다.

그리고 늑골을 위해서는 진통소염제를.

약에 의존이 아니라 도움을 받으란다.

약을 주었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고 있다.

‘From one Sapiens to another’

세상일이 이해가 안돼서 고민했고 궁금했는데

부모도 선생도 다른 어른들 누구도, 그들 역시 잘 모르더라고.

그런 걸 몰라도 전혀 개의치 않는 것처럼 보였고,

돈과 경력, 주택대출금, 정치 문제에 대해서는 걱정이 많으면서

인생이 뭔지 모른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놀랍게도 완전히 태평하더라고.

크면 일상적인 세상사에 함몰되지 않고 큰 그림을 이해하는데 전력을 기울이겠다,

혼자 다짐했고,

그는 그렇게 했다. 그리고 <사피엔스>를 썼다고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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