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3.28.달날. 맑음

조회 수 710 추천 수 0 2016.04.11 02:09:31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으나 봄이 아니다, 봄 왔으되 봄 같지 않다.

엊그제 왔던 벗의 글월은 그러하였다.

저 먼 중국의 왕소군이 아린

내 몸이 이 찬란한 봄을 봄처럼 보지 못하네 하고.

그런데, 한 육교에 걸린 현수막에도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 걸렸더라.

특전사던가, 해병전우회던가 뭐 그런 곳에서 붙인.

봄이 왔으되 북한도발로 봄이 오지 않았노라 한.

아, 저렇게도 쓰이는 구나

아, 말이란 게 그런 거였구나.

그나저나 춘래불사춘이라,

봄 왔으나 봄 머네.

몸이란 소린지, 마음이란 소린지, 사랑하는 이란 말인지, 산마을 봄이 그렇단 말인지...


이번학기는 5종세트(술, 담배, 약물, 폭력, 성폭행) 청소년들과 하는 체육활동에 동행한다.

첫 수업.

‘청소년기에 몸 근육을 골고루 사용하는 경험과

또래 친구들과의 경쟁과 협동을 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규칙을 지키며 승부를 인정하고 지지하는 경험을 통해 성장하고,

땀을 흘리고 난 후의 상쾌함을 통해

자신의 몸 발달뿐만 아니라 지덕체(智德體)의 바탕을 만들 수 있다.’

아이들에게 운동의 긍정성이야 말해 뭣할까.

안 해서 문제이지.

체력 증진, 비만 예방, 자아존중감 증진, 스트레스와 우울 및 불안 증상 감소, ...

인지행동적, 사회심리적, 의학적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되며,

삶의 질과 행복감을 높여준다는 연구결과도.

몸을 쓰지 않아 더 병이 났을 아이들이다.

그 아이들과 함께 하는 활동에 지원치료.


간 걸음에 후배와 공 좀 치다.

뭐 오래전에 한 운동이니 사실 배우는 셈.

열 번만 뛰자.

그렇게 공을 주고받았다.


돌아오는 길에 심청가를 녹음했던 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익히는 게 아니라 감상하고 있더라.

심봉사가 황성 잔치 가는 길에 주막에서 뺑덕이를 잃고 애타게 찾는 대목.


뺑덕이네, 뺑덕이네, 뺑덕이네가 갔네 그려.

예끼 천하 몹쓸것아, 너 그럴 줄을 내 몰랐다.

눈뜬 가장 배반키도 사람치곤 못 헐터인디

눈 어둔 날 버리고 니가 무엇이 잘 되겄느냐.

잘 가거라. 나는 간다. 새 서방 다리고 잘 가거라.


그래, 그래, 잘 가거라, 떠난 님이여, 잘 가거라.

거기 내 마음 실린 듯 마음 애탔노니.


또, 그대 연애에 부쳐-

힘들겠구나...

쉬어가거라. 마음도 그리 쉴 때가 있어야. 관계도.

그런 시간으로 서로가 더 귀해지기도.

각자 잘 지내다 그때도 마음 유효하다면

너무 멀지 않은 날에 지금 가진 마음처럼 그리 서로 보려무나.

볼 사람은 보게 된다. 만날 사람은 만나게 되지.

이제 하루를 보냈다, 얼마나 긴 하루였나, 이런 하루를 얼마다 더 보내야 하는 걸까...

하지만 해가 지면 밤이 오고 다시 아침이 온다.

하루하루는 그렇게 지나가는 것.

사랑한다면, 아무쪼록 견디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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