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3.30.물날. 맑음

조회 수 701 추천 수 0 2016.04.11 02:14:01


20도까지 올라간 오후였다.

이렇게 달려와 버린 봄이라니.

언제나 계절의 속성은 그렇더라.

먼저 와버리는 것, 성큼 와버리는 것, 애타게 기다린 게 언제더냐 싶게.


어제 동행했던 벗네의 트럭에 실렸던 거제도에서 온 나무들이

오늘 아침에야 달골에 부려졌다.

어제 자정이 넘어 영동에 닿았던 터라.


4월 빈들모임 예비안내.

바깥나들이를 가자던 4월 빈들모임이었다.

제주도를 물꼬 사람들과 걷고 싶다던 소망들이 있었고,

짬짬이 여비를 모으고 있는 새끼일꾼들도 있었다.

한편, 진도 운림산방과 팽목항, 그리고 완도수목원과 명사십리를 잇는 길을

동행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오는 빈들은 물꼬 안에서 해야지 싶다.

달골 명상정원 ‘아침 뜨樂’(가칭)에서

걷고 명상하고 일하고 놀면 어떨까 하는.

골라낸 돌로 같이 탑을 쌓을 수도 있잖을지.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 미안하다.”

우리 자주 타인에게 상처 주고는

번번이 ‘본의 아니었지만 미안하다’ 사과를 가장한 자기변명을 한다.

그런데, 토끼 경찰관 주디가 자신이 상처 준 여우 닉을 찾아가 사과하는 장면 앞에

우리, 아니 나는 낯이 뜨겁다: <주토피아>(Zootopia, 2016).

“I really am just dumb bunny”(나는 그저 멍청한 토끼였을 뿐이야.)

사과란 것이 어떤 것인지,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생각하다.

자신을 위한 노력이 아닌 공감과 소통을 위한 노력,

그 영화를 두고 그리 말하더라, 하여 보리라던 영화를 오늘 한 벗이 전하다.

극장에 보러 가리라. 원서를 사서 읽어도 재밌으리.

‘다른 이의 고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삶을 절실하게 이해하는 만큼 자신의 삶에도 엄정해야 한다.’

벗이 말했다,

타인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자신을 합리화할 변명부터 찾지 말고

죽거나 죽을 만큼 불행해진 사람들 앞에 어떤 마음부터 가져야 하는지.


작은 기업을 운영하는 이를 만나다.

늦은 저녁을 같이 먹고 걸었다.

몇과 공부모임을 같이 했던 인연이다.

얼마 전 니카라과로 여행들을 갔고, 그나 나나 동행하지 못했다.

남은 사람들끼리 먹은 밥 한 끼.

더 좋은 곳을 안내하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더 맛난 것을 대접하지 못해 못내 아쉬워하는 그 마음이 고마웠다.

이런 게 고마운 거다. 요새 어디 밥 못 먹고 사는 사람이 있더냐.

먼 어디보다 벗이 있는 삶의 장소가 더 좋은 여행지였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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