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4. 4.달날. 잔비 내리다 갠

조회 수 826 추천 수 0 2016.04.14 02:55:02


청명.


달골 올라 지난 이틀 굴삭기 작업한 뒤끝을 살폈다.

바삐 심은 측백나무들 가운데 반듯하지 못한 것들이 여럿이다.

손이 닿는 만큼 잡아준다.

사람이 좀 더 필요하겠다.

마침 전력회사에서도 왔다.

창고동 벽에 붙은 낡은, 흉물스럽기까지 했던 심야전력함을 바꾸자던 여러 달이더니

이제야 교체.

녹슬어 그 위에 목재로 집을 만들어주어야지 했는데,

뒤란 공사 때 작업하던 굴삭기가 그만 찌그러트려 놓아 새 함이 필요했다.

집을 만들어주자면 진즉에 할 수도 있었겠으나

계량기며 전선들을 다 떼어내고 해야 하는 일이라 전문가가 아니면 안됐던 것.

만만찮은 비용이라 날이 가고 있는 동안 철제함 말고 플라스틱도 있음을 알았고,

엊그제 마침 왔던 한전 사람들이 연락을 취해주었다.

말꿈하다.


잔비 내렸고

오후 하늘은 개갔다.

운동장에 물이 괴진 않았으려나,

다행히 체육활동은 무사했다.

요새 청소년 체육수업에 지원치료.

간 걸음에 공 좀 치고 온다.

무릎에 좀 무리인 운동인데,

보호대를 하고 뛴다.

무언가 땀내 나는 몰두가 필요한 요즘이었다.


Gracies, Johan

어제 엘클라시코 경기장 중앙에서 있었던 카드섹션의 한 문장.

지난달 24일 세상을 떠난 요한 크루이프.

경기 전에는 바르셀로나에서 그가 활약했던 영상이 전광판을 통해 상영됐고,

그의 제자 펩 과르디올라, 호마리우, 로날드 쿠만 들이 그를 추모하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바르샤 선수들도 가슴 중앙에 '고맙습니다, 요한'의 문구를 새기고 뛰었고,

그의 등번호였던 14번에 맞춰

전반 14분에 모든 관중이 일어나 기립 박수를 보내기도.

가슴이 뜨거워졌다. 그래, 축구니까! 축구장이니까!

아, 엘클라시코? 전 세계를 둘로 나누는 경기라고들 하는.

스페인 최고의 명문 축구 클럽이자 세계적으로 유명한

레알 마드리드 CF와 FC 바르셀로나의 더비 매치.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의 총애 레알과 카탈루냐의 상징 바르셀로나.

10년간 총 전적은 바르샤가 약간 앞서고,

역대 총 전적은 마드리드가 조금.

그런데 비공식 경기를 포함하면 바르샤가 절대 우위.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뛸라치면 클럽축구 이름을 붙이고

목청껏 응원가를 불러주고는 한다.

아이들을 기다린다...


장날이었다. 대전 인근에서 다 모이는 아주 큰 장이라 했다.

산골사람 장구경처럼 유쾌했네. 아, 그치, 나 역시 산마을 사람.  

몇 가지 봄내음 담긴 재료들도 샀다.

병상의 시간이 긴 벗이고 논두렁인 이가 있다.

혼자 챙겨먹는 밥이 자꾸 짠했다.

밥을 비벼먹기 쉽게 여러 가지 재료로 만들었던 장에다 재료를 더했다.

지난가을 부화한 병아리가 커서 이 봄 초란을 내고도 있어

그것도 여러 알 싸고,

팥죽이며 야채죽이며 해물죽을 끓여 얼린다.

교류가 잦진 않으나 깊은 가정, 아이가 군대를 갔는데,

거기 다녀오는 편에 넣어드리자 한다.

물꼬라는 공간이 하는 역할이 어디 사람들이 이곳으로 꼭 와서만이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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