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4.11.달날. 뿌연 하늘

조회 수 708 추천 수 0 2016.04.19 01:42:46


금낭화도 꽃을 달았다.

그래도 어데선가 찬바람 이나 부다 싶은 아침이더니

멀리 상고대를 보인 날씨라는데,


전화가 울렸다, 면사무소에서 온.

작년에 물꼬 일을 맡았던 이다.

다시 지자체 수장과 연락이 있었고,

다음 작업을 위한 숙제를 남겨왔다.

토지사용승낙서를 받아야 하는데,

이런, 마을에서 유일하게 우리랑(우리만도 아닌) 편치 않은 이다.

시골 마을에 그런 어른 하나쯤 있다는데,

여기라고 다를까.

오죽했으면 시카고에 머물고 있던 때 물꼬에 상주하던 샘들이

우리 이사 가면 안 돼냐 전화를 다 넣어왔더랬다.

힘들게 하셨던 어른이다.

그런데 그 댁 종중산이네.

으윽....

작년에도 기숙사 뒤란 관련 군청의 공사가 있었을 때

한바탕 난리가 났더랬다. 쓰러진 댓 나무 때문이었다.

공사 소장이 싹싹 빌고.

음... 쉽지 않은 일이겠다.

그래도 해야지 뭐. 해보지 뭐. 안 되면 또 할 수 없지 뭐.


오후에 잠깐 달골 올라 체육활동 수업 나가기 전

회양목 뿌리들을 살펴주었다.

패인 것들 깊이 넣어주기.

어린 것들은 돌보는 만큼 자라리.

아이들은 중간고사를 칠 준비들을 하느라고 조용타.


세월호 2주기가 다가온다....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여러 날이 흐르고 있다.

어쩜 잠이 다 안 올 수가 있는가.

평생에 없던 일이다. 아무렴 아주 없기야 했겠냐만.

등 붙이면 자는 산골 삶이었거늘

사람을 하나 보내고 몇 날 며칠을 뜬 눈으로

슬픔에 슬픔을 얹어 날을 보냈다, 눈물에 눈물을 얹어 울듯이.

세월호...

그 위에 내 삶까지 얹고 있다.

지난 두 해를 아주 공을 들여온, 이럴 때 올인이라고 말할 거다, 일이 있었는데,

결국 아무것도 남은 것 없이 날아가 버렸다.

얼마나 온 마음으로 차곡차곡 쌓았던 일이었는지.

그만 온 다리에 맥이 다 풀렸던 거다. 내 생에 다시는 시도 못할.

내 설움, 어쩌면 분노가 세월호에 얹혀 바다에서 나오지를 못하고 날이 흘러간다.

전화기에 남아있는 마지막 문자를 읽고 읽고 또 읽었다.

그 의미에 얽힌 숱한 사연이 다시 마구 소용돌이를 쳤다.


늦은 밤 서울에서 역사모임을 같이 하는 후배의 문자.

영동 또 가고 싶다, 와라, 택시 불러서 가면 우짤라고,

그럼 택시 불러 온 걸로 하고 그 돈 내가 주는 용돈이려니 하고 맛난 것 드시라, ...

시시콜콜하게 오간 문자 뒤끝,

‘며칠 좀 우울할 일 있었는데 그대 연락이 위로였네.

간간이 노인네한테 연락하기!’

‘제가 위로 받으려 염치없이 연락했는데 감사합니다’

‘맞아. 생각는 사람이 있다는 건 우리 생의 큰 위로.

그러니 오래 건강할 것.’

그래, 그래, 오래들 건강하게 보자, 서로를 기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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