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4.12.불날. 흐린 밤하늘

조회 수 741 추천 수 0 2016.04.19 01:44:25


냉장고...

냉장고가 오히려 식품의 신선도를 떨어뜨리게도 한다.

낮은 온도를 믿고 이것저것 쟁여두기가 쉬운.

그래서 냉장고에 덜 의존하려는 의지를 세우지만

아무래도 규모가 큰 여름 계자 살림에서는

가마솥방에 있는 냉장고로 터무니없다.

하여 부엌 곳간에는 보조 냉장고가 있어왔는데,

지난여름 더 이상 돌아가지 않는 걸 꺼내고 달골 창고동에 있던 걸 내렸다.

하지만, 새 물건이라 해도 틀리지 않아 보였으나

오래 돌리지 않고 관리에 소홀해 그만 고쳐야했는데,

그마저도 차라리 사는 게 낫겠다는 결론에 이르기가 얼마 전.

어디 노는 냉장고 없을까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아, 간장집 냉장고!

크기가 더 작기는 하지만 보조로 쓰기 손색없는데,

에그, 그마저 성능이 시원찮아보였다.

언젠가 선배가 올 때마다 먹을 걸 재워놓는다고 넣어준 것.

나이 스물 때부터 곁을 지켜주었던 선배는 때때마다 그렇게 그의 그늘을 느끼게 한다.

말 나온 김에 청소는 해두기로 했다.

지난해 묵은지가 거기 들어가 있었다.

올해 묵은지를 넣자면 지난 묵은지부터 정리가 돼얄 것이라.

아궁이에 불을 때는 부엌에 있던 것이어 그을음이며 쌓인 먼지가 만만찮아

흘러내린 국물이며 꽤 시간을 들여 치워내는데,

앗, 흐흐흐, 바람칸이 막혀있었던 거다! 말짱한 거지. 얼씨구나.

기숙사 가 있는 힘 좋은 아들이며 사람들 모이는 주말에

곳간 냉장고를 꺼내고 간장집 냉장고를 들여놓기로.

이렇게 또 문제 하나 해결이요.


사람 사는 일이 자주 행복하고 자주 불행하다.

그게 무슨 시간 편차가 큰 것도 아니고

좀 전에 즐겁고 결의에 차 있었지만, 5분 후 그만 슬프고 낙담하기 일쑤.

사람 마음이란 게 그렇다.

그 행복과 불행이란 것이 능력의 많고 적음에서 온다기 보다

사실 의욕 혹은 욕심의 많고 적음으로 일어나기 흔하다.

능력이란 건 모자라서 좌절을 부르고

의욕이란 놈은 넘쳐서 문제.

헌데 능력은 늘 충분하기 쉽지 않고,

의욕은 또 적당할 때가 드물세.

그 간극이 크면 클수록 자신도 주변도 불행할 저.

허니 ‘갈망’을 잘 바라볼 것.

일어났다 사라지는 그 속성을 자주 알아차릴 것.

그런 줄 알아도 걸려 넘어지는 것이 또 사람의 마음이라.

보고 싶다, 보고 싶다, 보고 싶다,

혹은 갖고 싶다, 갖고 싶다, 갖고 싶다, ...


밤, 늦은 저녁 수업을 마치고 생일상을 차렸다.

식구 하나 생일이었는데, 모일 시간들이 쉽잖아 그리 되었다.

생일이 무에 별 걸까만 그걸로 모이는 거지. 명절 또한 그렇지 않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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