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읽는 동안 그쪽 산이며 들이며 살구나무 포도넝쿨까지

한눈에 들어옵니다. 아름다운 곳에서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나라 하니

금방 날아가고 싶습니다.

6월 18일!

요즘은 오늘 하루밖에 없는 사람이라

자신은 없습니다만 내가 좋아하니 꼭 가야 하겠습니다.’

시인 이생진 선생님의 답글이 닿았다.

자, 6월 빈들모임은 올해도 시잔치!

선생님은 달마다 마지막 쇠날 저녁에 인사동에서 자정 가까이 시를 읽다

흙날 이른 아침 기차를 타고 내려오시던 길이다.

그런데도 물꼬의 빈들이 늘 넷째 주에 있어 번번이 그 고단한 걸음을 죄송해만 하고

날을 바꾸지 못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그 주를 피해 한 주 당겨 빈들은 하리라 작정했더랬다.

6월 18일!

1929년생 당신.

그 어려운 길을,

게다 요새는 댁네 편치 않은 일 있어 섬에 가지 않으신지도 오래,

겨우 인사동만 나가신다 했다.

그런데도 이 골짝까지 나서시겠다시는!

“선생님, 사랑합니다!”


늦도록 몸을 일으키지 못한 아침이었더랬다.

한동안 사람 하나 먼 곳으로 보내느라 때로는 마구 일을 몰아하기도 하고

또 때로는 한없이 맥이 빠져 아무 일도 잡지 못한 채 온 하루가 지나가기도 했다.

그래도 시간 흐르며 마음이 나아지고 있었다.

그래서 사람이 또 살아갈 수 있는 게다.

가는 사람 가고 살 사람 사는 것.

야박하고 야속할지라도 사람 사는 일이 그러하다.

허니 시간은 얼마나 힘이 세더냐.


먼 섬에서 생선과 과일이 왔다.

어쩌나, 어쩌나, 이런 걸 이리 쉬 받아 어쩌나 어쩌나, 고마운.

과일은 향이 좋고 달았으며,

생선은 어쩌면 그리 담백하고 부드러울 수가 있던지.

섬이 잠겨 출렁이는 엽서도 닿았다.

먼 데 가서 생각났다니 더욱 고마웠다.

두루 고맙다.


바깥수업을 하고 들어오는 늦은 밤, 장순샘네 들리다.

내일과 모레 달골에 들어올 굴삭기에 대해 작업 의논하느라.

다른 때라면 장순샘이 진두지휘하러 올 것이나

그곳 농사일이 여의치 않아 처음으로 내가 일할 사람을 부려야 하는데,

그런데 궁하니 또 통한다.

20년 전에 물꼬에서 몇 해 일했던 샘이 두어 해전부터 연락이 닿았고,

지난겨울 다녀간다던 걸음이 쉽지 않더니 이 봄에 온다 했다.

그러다 내일 들어올 굴삭기 작업 일정을 걱정하니 와서 말 보태주겠다는.

일이 또 그리 돌아가진다.


제 때 하지 못한 사과가 결국 영영 서로를 못 보게 하기도 한다.

우리는 더러 사과를 듣고 싶어 하고,

한편 사과를 하려고 망설이는 순간들이 있다.

서성이는 걸음이 덜하면 좋을.

지켜야할 관계라면 자존심이 다 무슨 소용일까.

하기야 아직 젊으니 그리 뻗댕길 수도 있는.

사과하고 해명하기로, 계속 만날 거라면.

그런데 말이다,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하기에도 우리 생은 너무 짧은 걸.

우리 미워할 시간이 없다. 그러기엔 생이 너무 아깝잖여.

지금 그대를 안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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