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8일 쇠날 뿌옇게 밝네요

조회 수 1446 추천 수 0 2005.04.15 00:10:00

<4월 8일 쇠날 뿌옇게 밝네요>

새소리에 잠이 깹니다.
낮엔 아이들 툭탁거리는 소리와 대답소리들이 넘치는 교실이지요.
여름날 뙤약볕 아래 다들 그늘로 들어간듯한 움직임없는 점심엔
멀리서 소울음이 건너옵니다.
저녁엔 개구리들이 가족회의로 바쁘고
한밤엔 산짐승들이 보내는 소식과 응답하는 개짖는 소리를 듣습니다.
넘치는 것이 눈에만 있는 게 아니네요.
귀로도 차 오는 봄소식이랍니다.

세상에!
지난 2003년부터 썼던 '물꼬에선 요새'를 2004년 12월 31일까지 엮은 책 네 권이
수원에서 왔더랍니다.
틈틈이 자신이 읽으려고 만든 건데 혹시 예도 필요할까 보내신 거라고.
직접 만든 양념가루랑
여자 아이들을 위한 천으로 만든 달거리대도
공동체 식구가 되기 위해 두 아이랑 요샌 몸을 열심히 만들고 계시다는
유영숙님이 보내신 것이지요.
물꼬에 닿는 물건들이, 그리고 마음들이,
우리를 긴장케 합니다.
잘 살아야지, 저엉말로 잘 살아내야지...

배를 띄우러 갔습니다.
배이름도 붙어있고 호수도 있습니다.
어쩜 그리 다양한 방법으로 다양한 재료로 다양한 모양으로 만들었던지요.
크레파스를 칠하기도 하고 그 위에 초칠도 했습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 많은 것을 알고 있지요.
동쪽 도랑물의 빠른 흐름에 배는 찢기거나 흠뻑 젖어 찌부러지거나
때로는 소용돌이에 말리거나 곁엣 사람 발에 밟히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갑자기 어덴가로 달려갔다 오니,
버려진 빈 우유통이, 종이접시가, 빈병들이 배가 됩니다.
이미 있는 물건들로 물에 뜨는 성질에 대한 탐구가 시작된 게지요.
오히려 장화가 불편해진 아이들,
벗어던지고 맨발로 뛰어드네요.
배를 잃은 정근이는 생각주머니를 들고 와 큰 바위에 걸터앉아
아이들이 띄운 것들을 유심히 살펴보며 고뇌하고 있데요.
설계란 걸 하는 겁니다.
여자 아이들은 반으로 쪼개진 호두껍질 속에, 찌그러진 요걸트병에
작은 들꽃들을 장식해서 선물로도 내밀어옵니다.
끊임없이 꽃다발과 화관을 들고 오는 아이들...
그때 닭이 토끼를 공격해서 구조대가 출동하느라
뱃놀이는 막을 내렸지요.
마침 밥 먹으란 징도 울렸더이다.

해질 녘,
길 아래 밭 풀 매고 냉이 캐고 덤불도 태운 아이들은
대나무로 뗏목을 만들어보겠다고 들러부터 있습디다.
공동체 임시한데모임도 있었네요.
날마다 남자방 잠자리 문제로 시끄럽거든요.
그런데 우리 채규의 자발적양보 덕에 전격적으로 해결이 되었더랍니다.
"...미래를 생각해보니 좋아요."
한데모임 끝에 류옥하다가 그랬네요.
"도형이 형이 위험한 데 들어가서 대나무를 베 주어서 행복했어요."
령입니다.
"대나무 수입량이 늘어 좋아요."
하늘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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