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5.22.해날. 맑음

조회 수 692 추천 수 0 2016.06.16 13:58:18


물꼬 감자밭은 감자꽃 한창.

고추며 방울토마토며 가지들이며 쑥쑥 오르다.

가끔 생각난 듯 오가며 혹은 불현듯 나가

한 줄, 혹은 몇 개씩 돌탑에 돌을 더하기도.

소사아저씨는 조금씩 구석진 곳들 풀을 잡는다.

운동장은 광평농장 조정환샘이 기계 가져와 깎아주신다셨네.


우와, 산에 가까우니 그 달 크기도 하다.

그런데 달무리 얼핏 보이나 싶더니

마을에 들어서서는 말개진 달.

강연과 섬모임을 끝내고 대해리로 돌아오다.

금룡샘이 일하는 건물에서 나온 커다란 화분을 일고여덟 개나 실어준.

부려놓으니 한 가득이다.

거기 꼭 뭘 심지 않아도 달골 명상정원 한 모퉁이를 지켜주겄다.

몇 권의 책도 함께 왔다.

직원의 지인이 하는 출판사에서 온 책을 그렇게 가끔 얻는.

밖에서 이러저러 늘 물꼬 살림을 챙겨주신다. 어디 당신만일까. 고마운 삶!

녹음 짙어 나갈 때의 길이 아니더라.

긴 세월 지나 들어오는 느낌.

예전엔 산골살이가 고달파 들어오는 길이 부담스러울 때가 잦았는데,

감당해야 할 일상의 일들이야 늘면 늘었지 줄지 않았으나

들어오는 걸음이 기쁜.

뭔가 새로 일구고 있는 일이 주는 신선한 즐거움이 큰 까닭 아닐지.

달골 명상정원 ‘아침뜨樂’ 말이다.


내일부터 사흘은 또 ‘아침뜨樂’의 공사.

하려 들면 끝이 없어 어느 순간 멈추지 않으면 안 된다는 굴삭기 작업이다.

이번에 작업하면 다시 장비 들일 일 없도록, 이라고 여기고 한다.

장순샘이 들일이 벅찬 때이나 자신의 일을 일단 밀고 붙기로.

그가 없었으면 이리 일찍 시작 못했을 명상정원 일이다.

내년 쯤 할 수 있으리라 했던.


가까이에서 대체의학공부를 함께하던 선생님이 먼 곳으로 이사를 가시게 됐다.

나눠주고 떠나고...

이 산골 살고 있으면 때가 되면 필요한 것이 오고

또 그 때가 다 차면 기우는 달처럼, 휘몰아나가는 바람처럼 그렇게 떠난다.

이 지상만 해도 누군가 오고 누군가 가듯.

아이들을 돌볼 만큼 배웠고, 혼자 몸을 살필 만큼 좀 익힌.

고마운 한 시절이 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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