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0일 해날 축축한 날

조회 수 1391 추천 수 0 2005.04.17 01:58:00
< 4월 10일 해날 축축한 날>

"정말 잘 만들었어요."
지난 주 설장구모임에 갔을 때 새천년 체조를 극찬했더랬지요.
대구의 큰 논두렁 보라샘이 빌려주셨던 비디오와 시디로 열심히 익혔더랍니다.
우리 아이들 아침마다 얼마나 신나는지요.
"애들이 좋아해요?"
사실 국민체조와 다르게 어쩜 보급에 실패한 운동이기도 하지요.
"그럼요. 그 음악은 또 얼마나 갖가진데요.
애들은 한가지씩 돌려가며 틀어놓고 하는 걸요."
그런데, 다른 학교 샘들이 아니랍니다.
애들이 안좋아한대요.
"거기 애들이니까 그렇지요..."
그럴 수도 있겠더군요,
이곳이니까, 이 고전적인 동네에서니까,
그 음악을 최대치로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싶데요.

비도 오니 장구를 치러 모였지요.
저들이 한바탕 싸악 청소도 해둔 고래방(강당)입니다.
오늘은 제가 쇠를 잡았지요.
괭과리라곤 배워본 적이 없지요만은.
그런데 치고 있으니 막 되는 거예요,
들었던 풍월로 말입니다.
변형 가락까지 두들겨지는데,
스스로 놀라고 고무되었더라지요.
한 가지를 안다는 게 그렇습니다, 연관된 것들도 쉬 익히게 하는 게지요.
더구나 그 쇠소리를, 한번도 맞춰본 적 없는
(아, 한나샘이랑 한 적이 있긴 하구나)
아이들이 귀를 열고 장구 가락을 따라오는 겁니다.
배움, 알게 모르게 그리 익히는 것 아니던지요.

캠핑 텐트를 튜울립 나무 아래 쳤습니다.
언제부터 해주고팠던 건데
밥알식구들 축축한 날을 이고 세워주셨습니다.
아이들요, 뵈는 게 아무것도 없지요,
밥도 몇 날을 건너뛰어도 상관없겠는 기세입니다.
이불까지 끌고 들어갔네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들이 거기 있었지요.

살림이 어찌나 큰지 늘 일은 산더미입니다.
로터리한 논에 보를 만들고 논에서 거름을 옮기고
곶감집 물 고이는 곳도 해결하고 비닐하우스옆 나무도 정리하고
물꼬 상설학교 돌잔치를 위해 강당 대청소를 한판하고
전기전자제품 수리도 하고
드디어 김장독들도 정리 한판했지요.
"종가집 잔치 분위기같애요."
김정희님이 그러시데요.

밥알 식구들도 떠나고,
부엌의 남순샘도 부천나들이,
김경훈샘 강은주샘 강당 고치는 일로 설명회 참석하느라 서울 가고,
이 밤 학교에 어른이라고는
젊은 할아버지와 안은희님 그리고 저만 남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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