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6.21.불날. 흐림, 하지

조회 수 694 추천 수 0 2016.07.16 11:58:52


아침까지 비 왔다.

하지만 땅 겉만 살짝 아주 살짝 적셨다.

‘하지’다. 정점에서 다시 짧아지는 해.

늘 이맘때면 스웨덴의 하지제를 그리워한다.

내년에 웁살라에 있을 거라던 계획이 달라지면서

보리라던 하지제도 못 봐 아쉬울세.


바깥 수업을 가기 전 태석샘 저녁을 대접했다.

시 잔치에 놓였던 달골 명상정원 ‘아침뜨樂’ 조감도를

수채화로 그려주셨더랬네.

스마트폰에 코 박고 있다가 혼나는 아이들 이야기가 나왔다.

그래서 무슨 책을 읽고, 그래서 서로 무슨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는가,

그런 한탄들.

그런데 말이다, 아이들이 그렇게 하고 있는 절박한 무엇이 또한 있지 않겠는가!

우리 어른들의 더한 무엇(성찰?)이 더 필요하단 생각.

‘어른들은 뭔가 제 발이 저릴 땐 별것도 아닌 걸 부풀려가며 스스로 흥분하고, 스스로 화내고, 스스로 결론을 내려가며 장황하게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한 성장소설에서 열세 살 아이가 담임선생님의 정신교육에 그랬지.

‘어른들은 이상하게 남의 얘기를 잘도 지어내고 관심도 많았다. 다른 사람의 불행이 곧 자기의 행복도 아닌데, 남의 불행한 이야기는 아주 좋은 얘깃거리가 되는 것이다. 그러다가도 막상 남의 불행을 보면 같이 눈물짓는 게 또 어른들이었다. 그러나 남의 행복을 보고 같이 웃음 짓는 일은 별로 보지 못했다.’

그런 구절도 있었다.

낯이 뜨거워진다, 우리 그렇다, 나 그렇다.

아이들 앞에 설 때 훗날 저 아이가 이 순간을 기억하리라,

그러면 등을 곧추세우게 된다.

아이들 문화를 한탄하기 전 아이들 향해 애정으로 귀 기울여주기,

우리 꼴이나 좀 보기!


밤 2시 달 휘영청,

아, 하지의 밤이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4825 2012. 3.29.나무날. 상쾌한 바람 뒤 저녁 비 / 류옥하다 옥영경 2012-04-07 1224
4824 2011.12.23.쇠날. 맑음, 어제부터 연이어 한파 기승이라는데 옥영경 2011-12-29 1224
4823 2011.10.22.흙날. 비 옥영경 2011-10-31 1224
4822 2008. 9.22.달날. 맑음 옥영경 2008-10-04 1224
4821 8월 31일 물날 흐리다 비도 몇 방울 옥영경 2005-09-12 1224
4820 2015.12.17~20.나무~해날 / 제주 올레길 나흘 옥영경 2015-12-29 1223
4819 2012. 6. 9.흙날. 갬 옥영경 2012-06-12 1223
4818 2011. 6. 6.달날. 맑음 / 단식 1일째 옥영경 2011-06-14 1223
4817 2009. 2.24.불날. 시원찮게 맑은 옥영경 2009-03-11 1223
4816 2008.11. 3.달날. 바람 불고 하늘은 자주 흐릿하고 옥영경 2008-11-14 1223
4815 2011.10.11.불날. 띄엄띄엄 안개, 그래도 보름달이 옥영경 2011-10-21 1222
4814 2011. 7. 2.흙날. 흐림 옥영경 2011-07-11 1222
4813 2011. 2.12.흙날. 맑으나 바람 찬 옥영경 2011-02-26 1222
4812 2008. 9.12.쇠날. 맑음 옥영경 2008-09-26 1222
4811 7월 6일 물날 장마 가운데 볕 옥영경 2005-07-16 1222
4810 2월 17일 나무날 옥영경 2005-02-26 1222
4809 2011. 7. 9.흙날. 대해리도 창대비 옥영경 2011-07-18 1221
4808 2011. 5.19.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1-06-04 1221
4807 143 계자 나흗날, 2011. 1.12.물날. 간밤 눈 내리고, 맑게 갠 아침 옥영경 2011-01-17 1221
4806 131 계자 여는 날, 2009. 7.26.해날. 바짝 마른 날은 아니나 옥영경 2009-07-31 1221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