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7. 6.물날. 갬

조회 수 691 추천 수 0 2016.07.21 09:04:28


이른 아침 천둥소리에 잠이 깼더랬다.

서울에서 걸어 출근하는 이가 비가 훑고 간 길 소식을 전하다.

“어제 하룻비에 이리 되었나 봐...”

양재천에 밀려온 쓰레기더미며 흙이며를 헤치고 가는 길이라 했다.

“걸어가는 사람도 없겠다.”

“한둘?”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네’. 그 왜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영화!”

“누구?”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그 영화에 출연했던 아이들을 찾아 나섰던 감독의 여정.

지진의 폐허 속에서도 베고니아 꽃은 피고, 혼례를 하고...

삶은 계속되는 거지.”

“엊그제 누가 죽었다던데, 그 감독인가... 누구라고?”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가만... 찾아보고...”

전화기에서 찾나 보다.

“아닌가? 없네... 잘못 알았나...”

마침 컴퓨터 앞이었던 터라 나도 얼른 찾아보았다.

“아니! 맞네... 아, 또 한 사람이 그렇게 갔구나...

7월 4일이 언제야? 미국독립기념일이네

엊그제, 아, 달날, 그날 종일 앓아서 통 뉴스도 못 봤구나...”

그런데, 하루 지나니 그 날 소식이 다 거둬져버리고 있었다.

이래도 저래도 삶은 계속된다!


아침 10시 물 폭탄을 던지는 하늘이었다, 세 시간을 쉬지 않고 내리.

주춤하던 비는 다시 낮 3시 폭탄을 또 던져댔다.

다행히 마을을 나설 땐 잦아든.

인근도시에서 자유학기제 관련 한 장학사와 면담이 있었다.

이제 학교 안에서 잘 굴러들 가니 굳이 물꼬가 할 일이 그리 있지는 않다.

자유학기제 지원센터로서의 역할 말이다.

다만 욕심을 더 내는 사람들이 도움을 구해오고는 하는.

간 걸음에 차 모임에 들렀다.

물꼬의 논두렁이시기도 한 상숙샘이 자동차 열쇠를 달라더니

덜렁거리던 안내등을 고쳐주셨다.

“이런 줄도 모르고 다닌다니까요, 제가.”

누가 내게 그리 해줄 수 있겠는가, 목이 떨렸다.


자유롭게 쓰려면, 그리려면, 추려면, 연주하려면

원고지 수천 매, 그림 수천 장, 춤사위 수만 번, 악기 연습 수만 시간이 있어야 할!

그림을 그려야겠다 생각 많이 당기고 있는 즈음이라

그런 말들이 크게 닿는다.

그림에 전병인 나,

내 재능 없음은 무엇에 그리 빠져본 적 없는 경험치의 다른 말,

불성실의 결과에 다름 아닌 말!

잘하려면 그만큼 시간과 공을 들일 일.

오늘 우리 아이들에게 또 한 말은,

내가 살고 싶었던 방식이 아니라면 "그만!",

어차피 사는 일은 하거나 아니거나, 길은 늘 두 갈래일 뿐.

뭔가 하기로 했다면 할 것, 아니면 못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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