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달은 흐렸다.

만월은 이틀 뒤라지.

타원 궤도를 돌고 있는 달이 지구에서 가장 먼 원지점을 지나야 하니

아직 보름달이 도착하지 않은.


명절이 무어라고 조금 고전스럽게도 이국에 있는 몇이 생각난 거라.

며칠 전 교환학생으로 떠난 연규샘은 어떤가,

얼마 전 미국으로 한동안 간 벗은 어이 지내나.

오늘은 문자가 들어왔다,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에서.

미국에 오니 비유의 소재가 달라지고,

그 소재가 쌓여 정신이 풍부해지는 성장감을 느낀다 했다.

내게는 물꼬가 여행지라.

‘이곳에 오니...’, 그리 시작하는 문장에서만이 정녕 여행지일 수 있으리라.


너는 공부를 하거라, 나는 바느질을 하마,

떡을 썰던 석봉의 어미처럼 오늘은 미뤄두었던 바느질감을 당겼다.

자정.

허리와 목앓이를 하는 아이를 대체의료법으로 치료를 한 뒤

(치료를 할 때마다 기구를 쓰며 참 잘 구비했다 생각하게 되는.

어떤 것이 어떤 이에게 잘 맞기도.

이 아이에게는 그랬더라.

무엇보다 치료를 집에서 관장할 수 있어 고마운.)

같이 식탁에 앉았다.

마주보고 함께 작업한지가 언제였더라.

태어나서 별로 떨어져본 적이 없던 아이가 제도학교를 가자

얼굴 보고 밥 먹은 것만도 손에 꼽을 만.

“어머니, 아들 공부하는 거 보실래요?”

그러고 보니 아이가 제도학교를 들어가고 난 뒤

그가 공부하는 책이며 공책을 들여다본 적이 없다.

이제 그의 세계는 학교이겠거니, 그건 나랑 다른 세계의 이야기이겠거니 했던.

수학 온라인 강의 교재 문제풀이를 보다.

얼마나 반듯한지.

태어나서부터 거의 모든 시간을 함께하다

지난 2년 반, 절대적인 시간을 그 아이는 학교에서 보냈다. 기숙사에 있으니 더욱.

그 사이 이리 해왔구나, 애썼구나...

하기야 넘들 12년 하는 과정을 3년에 하고 있으니...

벅찼을 게다. 학습적인 공부를 거의 해본 적 없었으니.

수능, 수시원서를 몇 쓰고 있고,

꼭 두 달이 남았다.

뇌과학을 공부하고 싶어 한다. 학문하기 좋은 곳에서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일찍부터 저하고 싶은 걸 찾아가고 있으니 다행하다.

수능을 앞둔 60만 아들딸들,

다들 매진(결국 힘쓰다, 애쓰다는 말이겠지만 역시 매진이야말로 강한 애씀인 듯)하시라.


2017학년도를 안식년으로 쓰겠다고 하고

한해 동안 웁살라를 가네 바르셀로나를 가네 무슨 연구프로젝트가 있었더니

결국 아니 가기로 했는데,

또 하나의 연구 계획이 생겨 서류 심사에 올려졌네.

혹 한국에 없을 수도 있겠구나,

그럴 땐 샘들이 오며가며 붙는다 했으나

그래도 너른 살림 학교아저씨 혼자 상주하기로는 벅찰 테다,

걱정 일더니 대학생이 될(붙어야지!) 아이가 말했다,

제가 일주일에 한 번씩 와서 챙길게요.

그건 또 너무 무리지.

2주마다는 할게요.

그래그래, 생각이라도 그래주니 고맙다.

참으로 고마운 삶이려니.

연구비가 나와서 갈 수 있어도 걱정이네 싶더니

가건 아니 가건 이제 또 홀가분할세.

생이 또 그리 흘러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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