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8일 물날 비 꼼지락

조회 수 1300 추천 수 0 2005.05.22 17:11:00

5월 18일 물날 비 꼼지락

종일 비가 오락가락하였습니다.
'스스로 공부'를 한 아이들은 일 나갈 오후에 고래방으로 몰려가 장구를 쳤지요.
"덩궁따!"
"채규야!"
"덩궁따!"
"심술아!"
가락 하나에 입말도 맞춰 배를 움켜쥐고 웃어대며 신바람이 났더랍니다.
안에서 책도 보고 놀이도 하고 종이끈으로 바구니도 엮다
비가 잠시 그치기라도 하면 고새 밖으로 달려 나가
개울에서 물고기를 잡아 닭도 주고
자전거도 한바탕 타고 들어왔지요.
밥알 안은희님이 가마솥방으로 내려오셨고,
공동체 식구들은 비님 덕에 살강살강 오가며 쉬었더이다.

비가 내리면 바깥보다는 안으로 침잠하기 쉬운 모양입니다.
우리 사는 모양새를 가만가만 둘러보게 됐네요.
한 사람의 모습에서 어떤 이는 독특하네 하는 걸
다른 이는 그 나이 먹어서도 참 철 없네 말하는가 하면,
스스로 참 특별하다는 사람이 있는 반면
같은 모습에 대해 스스로를 특별하다고 얽어매는 억압으로 보기도 하고,
여러 사람을 불편케 하는 한 사람이 있다면
바로 그가 또 다른 이에게는 큰 힘이 되기도 하고,
아무 소리 안한다고 해서 자신의 생각이 전달되지 않는 게 아니며
많은 말을 하지만 단 한마디도 전해지지 않기도 하고,
고요하게 다만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이가 있는 것과 달리
끊임없이 나를 내밀고 내미는 사람이 있고,
말로는 무엇을 중심에 두자 하더라도
결국 중심이 늘 자신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삶의 축이 공동체이리라 하지만
자기 이기가 늘 승리하고 마는 이가 있고,
남 얘기 쿵더쿵 잘하고 평가도 잘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그저 바라만 보는 이가 있고,...
정말 갖가지 모습으로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우리의 입은 정말 진실을 담고 있는 걸까요,
우리의 몸은 정녕 마음과 같이 움직이고 있는 걸까요,
그 속에 우리 영혼은 자유롭기는 한 걸까요,
이 생에 정녕 무엇이 소중한지 읽고 또 읽기는 하는 걸까요...

걸음을 멈추어야겠습니다.
잠시 숨을 들이숴야겠습니다.
그토록 지키고 싶은 '나'는 누구입니까,
'나'가 있기는 합니까,
'나'가 없는데 내가 하고픈 게 있단 말입니까...
어떤 이가 공동체 구성원이 되어야 하는가를 깊이 생각해보는
비 꼼지락거리는 날입니다.

5.18!
세상에, 기념식에선 '광주출정가'가 불렸다나요,
멀건 대낮에 대통령도 앉혀놓고.
"동지들 모여서 함께 나가자
무등산 정기가 우리에게 있다..."
그렇게 노래를 시작했던 그니는 산사로 들어가더니
"그대에게 나는 먼산이오
꽃 피고 새 우는 그런 산이 아니라... "
서너 해전 '먼산'을 가지고 우리를 다녀갔더랬습니다.
세월이 흘렀고
사람들이 오고 갔으며
세상이 변하였지요.
그런데도 여전히 빛고을 순례단은 광주를 밟습니다.
그 까닭이 무엇인지 오늘 아침 아이들과도 살피며
우리가 지켜나갈 것들에 대해 생각해 봤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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