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5.26.쇠날. 맑음

조회 수 760 추천 수 0 2017.07.06 03:10:13


아침, ‘아침뜨樂’을 걸었다.

잔디가 자리를 잡았네, 하고 들여다보니 풀 또한 자리가 튼실하더라.

그래도 조금씩 자리를 트는 잔디.

달못에 심은 연뿌리도 더 다져주고.


어디 가면 돌을 업어온다.

이제는 이것이 어디에서 왔는지 들고 온 이도 잊고,

태어난 곳을 떠나온 돌도 대해리에 오래 전부터 있었는 양 앉았다.

어제 영월 내리계곡에서 들고 온 둘.

‘아침뜨樂’ 어디쯤에 둘까...


글빚이 무섭다, 분량이 얼마 되지도 않는 것이건만.

일간지에 연재하는 글 마감에 서두른 오전,

그사이 점주샘이

달골 마당 풀을 뽑아 세수 시킨 아이처럼 말갛게 해두었다.


낮밥 상을 물리고

수도꼭지가 일으킨 문제를 해결하는데

점주샘이 기지를 발휘했더라.

랩으로 이음새를 감아준.

그리고, 면소재지 장날이라고 나가 늦은 모종 얼마쯤을 사왔다.


저녁답에 달골에 올라 물주고 미궁의 풀도 긁었다.

해지고 막 자리를 접으려 할 적 전화가 들어왔다.

농사에 코 박고 있는 장순샘이 얼마 만에 내일 쉬게 되는지 모른다며

마침 점주샘도 와 있으니 올라갈까 하고 있다고.

술이 곁들여진 늦은 저녁 밥상이 차려졌다.


“잘 왔네들, 멤버 구성해야 됐는데... 고스톱은 아니고!”

한밤 모여앉아 해캄 시켜둔 다슬기를 삶아 핀으로 뺐다.

우리들의 사랑하는 벗이 병상에 있다.

간에 좋다는 다슬기다.

소주로 달여 내릴 수도 있겠지만 혹 병원에서 먹지 말라 할 수도 있으니

올갱이국을 끓이기로 한 것.

솎아둔 배추를 데쳐 무치고, 베 온 부추도 넣고 푹 끓였다.

자정이 넘어갈 녁 장순샘은 모둠방에서 자겠다고 들어갔네.

“내가 나중에 증언할게, 다슬기 한 되를 까고 장렬히 전사했다고!”


02시에야 달골 올랐다.

절대적 안정을 위해 지금은 소식조차 잘 닿지 않는 병상의 벗이지만

이 따뜻하고 재미진 풍경을 즐거이 전할 날이 가깝길.

낼 암벽등반을 떠나기 전

국이 식으면 한 끼마다 먹을 수 있는 분량을 지퍼팩에 넣어 냉동실에 넣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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