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째다.

오전, 어제에 이어 본관 중앙현관 지붕을 수리하는 중.

무산샘은 앞에서 처마를 덧대고,

뒤란에서는 학교아저씨가 복도 뒤란 비닐을 쳤다.

교무실과 가마솥방에서는 다음 주 초 사흘을 보낼 고2(샘들 포함 서른) 일정을 위한

최종 점검들.

스물로 예정했으나 서른이 함께하게 되었다.

학교에서 자지 않으려니 달골로 갈 게고,

달골에서라면 창고동에서도 자야 할.

그렇다면 난방이 문제.

창고동 보일러는 손이 좀 필요한.

해서 창고동에서 잘 열 명은 겨울침낭을 준비해 주십사 했는데.


이웃 도시에서 같이 그림 작업하던 경화샘이 김치를 좀 보냈다.

세 가지나.

묵은 것들이라해도 요새 김치냉장고는 잘 익혀 그 맛을 유지하더만.

오늘부터 집짓는 현장이 사실상 돌아가는 셈인데,

밖에서 사람들이 들어와 먹는 게 일이겠다 싶은 때에 고마운.

물꼬는 또 그렇게 마음 그늘을 만들어주는 이들에 깃드는.


아침 11시, 동현샘이 들어와 달골에 짐을 부렸다.

임금노동자 한 명에 무산샘을 축으로 여러 샘들이 틈틈이 붙어 집이 될 것이다.

하오엔 무산샘과 모두 앉아

도면을 보고 실제 작업을 어떻게 할 것인가 가늠해보았다.

“냉장고는 안 쓰시나?”

“세탁기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놓친 것들을 오래 집을 지어본 동현샘이 잘 챙겨낸다.

“다락엔 창이 하나 밖에 없는데...”

맞창이 있으면 좋을 테지.

다락방이 있는 12평, 작아도 집은 또 집이지.

혼자 살아도 한 살림, 있을 건 다 있어야 할 게다.


영동에서 집을 짓는 이들 몇이 방을 구하지 못해 한밤에 달골에 들어와 묵고 있다.

도민체전인지 뭐인지로 숙소가 바닥 난.

한밤 들어와 묵고 있다.

물꼬 관련 일이 아니고는 그럴 일이 통 없는 이곳,

우리 현장의 우두머리가 된 동현샘이 부탁한 일.

며칠 묵어야지 하는데...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4766 2015. 5.13.물날. 바람 지나는, 맑은 옥영경 2015-07-01 696
4765 2015. 6.14.해날. 아침 쥐꼬리 소나기 옥영경 2015-07-20 696
4764 2015. 7. 3.쇠날. 맑음 옥영경 2015-07-30 696
4763 2015. 7.31.쇠날. 맑음 옥영경 2015-08-05 696
4762 2015. 8.14.쇠날. 맑음 옥영경 2015-09-03 696
4761 2015. 8.21.쇠날. 갬 옥영경 2015-09-12 696
4760 2016. 3.14.달날. 맑음 옥영경 2016-03-31 696
4759 2016. 3.30.물날. 맑음 옥영경 2016-04-11 696
4758 2016. 6.16.나무날. 갬 옥영경 2016-07-13 696
4757 2016.12.21.물날. 비 옥영경 2016-12-30 696
4756 164 계자 닷샛날, 2019. 8. 8.나무날. 소나기 / 민주지산(1,242m) 산오름 옥영경 2019-09-10 696
4755 2013. 6.27.나무날. 조금씩 무거워지던 하늘, 그리고 빗방울 몇 옥영경 2013-07-20 697
4754 2014. 1.29~31.물~쇠날. 비 내리고 개고 옥영경 2014-02-18 697
4753 2014. 4.15.불날. 맑음 옥영경 2014-05-15 697
4752 2014. 5.15.나무날. 가끔 해, 그리고 바람과 바람과 바람 사이 옥영경 2014-06-04 697
4751 2014. 5.22.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4-06-13 697
4750 2014. 6. 7.흙날. 맑음 옥영경 2014-06-24 697
4749 2014. 6.19.나무날. 흐림 옥영경 2014-07-04 697
4748 2014. 6.20.쇠날. 맑음 옥영경 2014-07-04 697
4747 2014. 7. 3.나무날. 비 옥영경 2014-07-16 697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