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추위는 빚을 내서라도 한다는 그 소설이다.
옛 사람들은 이즈음에 김장을 했다.
그래도 아직 따뜻한 볕 있어 소춘이라 불리기도 했더라는.
사람들이 여럿 머물고 있어 그런지, 아니면 날이 정말 덜 추운 겐지
산마을 매운 추위라지만 올 11월은 좀 낫다 싶은.
위탁교육 사흘째.
해건지기 가운데 대배 백배를 하며 엉거주춤 하기
20배를 넘어가며 멈추고 다시 하는 법을 안내하였더니
나머지는 또박또박 하는 말처럼 절을 한 아이.
예전엔 안내자가 몇 배 하는 동안 겨우 한 번 따라오는 그였다.
변한 것 없이 똑 같네 어쩌네 해도 시나브로 자라는 아이들이다.
친구들과 지내는 법을 모르겠다, 공부를 어떻게 해얄지 모르겠다,
화를 어떻게 가라앉혀야할 지 모르겠다.
아이의 ‘3몰’은 그랬다.
먼저 그에게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가를 여러 차례 듣게 될 것이다.
그러면 3몰을 3알로 전환할 방법도 찾아질 테지.문제는 늘 그 속에 답이 있는 법이니.
집짓는 현장에 오전 곁두리를 내고,
그림명상이 이어진다.
예전에 물꼬에서 마련한 그림을 같이 채웠던 아이는
이번에 오는 길에 책방에서 내 것까지 사서 왔다.
“그래? 나도 답례할 게 있네. 그대 온다고 나는 이걸 준비했지!”
앞전 위탁교육을 왔을 때 같이 고추다짐장을 만들고 잘 먹었던 그였다.
“집에서는 안 해줘요. 한 번 해주기는 했는데 이 맛이 안나요.”
커피가 파리에서 더 맛있는 것과 같지 않겠는가.
그 하늘, 그 공기, 그 풍경, 그 사람들...
그런데, 재생불가 물건처럼 대해진다는 이 아이,
잘 말하고 잘 관계 맺기는 어려우나
이 아이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는 마음결은 비단결이라.
사람에게 ‘사람의 마음’보다 중한 것이 있더냐.
그 마음이 있으니 다른 것이야 찬찬히 훈련으로 나아질 수 있을!
달골 집짓는 현장은 이제 실내로 들어갔다,
벽 있고, 지붕 있고, 창 있으니.
아래 학교에서는 큰해우소 뒤란 창고를 정리했다.
내년 한 해 바르셀로나 행을 앞두고
자꾸 돌아봐지지 않도록 한 공간씩 정리해내기.
밤에 눈 다녀간다 하기 계곡에 차를 두고 아이랑 걸어 올랐다,
다른 샘들은 일찌감치 올라가고.
바람이 아주 거칠지만 않는다면
겨울 별들의 안내를 받으며 걷는 두멧길은... 산마을의 또 하나의 훌륭한 선물.
눈 내려서, 눈 내릴까 봐 차를 못 움직이기 얼마나 하며 집짓기가 끝이 날 것인가,
30일에 마무리가 되긴 할 것인가,
마무리는 어느 선까지라는 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