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삼경, 소쩍새가 울었다, 올해 첫울음이다,
달은 휘영청 하고.
오늘도 고되었네, 날마다 괭이질·호미질,
하루씩 걸러하자 어제 먹은 맘이더니
오늘 또 움직이고 마는 밭일이었다.
달골 창고동 뒤란 긁어놓은 마른 풀들을 태우고
바로 앞사람이 보이지 않을 만치 어둘 녘 달골을 내려가다.
물꼬 교육일정은 서서히 마련되고 있고,
대신 일상에 더 집중해서 보내는 봄날이다.
밭일을 이리 많이 한 봄이 없었더라니.
이제야 흙에 익는다 할까, 무늬만 농부였던.
한해를 넘게 비워두었던 살림을 구석구석 정비 중이라.
이웃마을 기사님 한 분이 자주 건너오신다.
오늘은 농사용전기에서 또 선 하나를 뽑아
가물 때를 위해 양수기 돌릴 수 있도록 준비해 두었나니.
지붕으로 갈까, 땅으로 갈까 고민하다 역시 땅이 낫겠다 했다.
전선을 주름관에 넣어 땅에 묻다.
사이집 처마에 풍경을 달았네.
기표샘이 직장을 들어가고 첫 월급으로 사준 선물이다.
3월 말에도, 지난 인천 빈소에도,
보름 걸러 밥을 사고 서울 길 바라지를 했던 그였더랬다.
풍경 사진을 찍어 놓으니 사진에서도 눈이 아니라 귀가 열린다.
사진을 보는데 풍경소리가 들리는.
지금은 내 삶에 집중하는 시기, 죽음 앞에서(아, 무슨 일 있는 게 아니고!).
이제 유서를 써야겠는.(이 역시 무슨 일 있는 게 아니고 삶에 순간순간 비장해지려는)
뜨겁게 오늘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