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4.17.물날. 맑음

조회 수 842 추천 수 0 2019.05.12 22:34:12


야삼경, 소쩍새가 울었다, 올해 첫울음이다,

달은 휘영청 하고.

오늘도 고되었네, 날마다 괭이질·호미질,

하루씩 걸러하자 어제 먹은 맘이더니

오늘 또 움직이고 마는 밭일이었다.

달골 창고동 뒤란 긁어놓은 마른 풀들을 태우고

바로 앞사람이 보이지 않을 만치 어둘 녘 달골을 내려가다.

물꼬 교육일정은 서서히 마련되고 있고,

대신 일상에 더 집중해서 보내는 봄날이다.

밭일을 이리 많이 한 봄이 없었더라니.

이제야 흙에 익는다 할까, 무늬만 농부였던.


한해를 넘게 비워두었던 살림을 구석구석 정비 중이라.

이웃마을 기사님 한 분이 자주 건너오신다.

오늘은 농사용전기에서 또 선 하나를 뽑아

가물 때를 위해 양수기 돌릴 수 있도록 준비해 두었나니.

지붕으로 갈까, 땅으로 갈까 고민하다 역시 땅이 낫겠다 했다.

전선을 주름관에 넣어 땅에 묻다.


사이집 처마에 풍경을 달았네.

기표샘이 직장을 들어가고 첫 월급으로 사준 선물이다.

3월 말에도, 지난 인천 빈소에도,

보름 걸러 밥을 사고 서울 길 바라지를 했던 그였더랬다.

풍경 사진을 찍어 놓으니 사진에서도 눈이 아니라 귀가 열린다.

사진을 보는데 풍경소리가 들리는.


지금은 내 삶에 집중하는 시기, 죽음 앞에서(아, 무슨 일 있는 게 아니고!).

이제 유서를 써야겠는.(이 역시 무슨 일 있는 게 아니고 삶에 순간순간 비장해지려는)

뜨겁게 오늘을 산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4725 147 계자 나흗날, 2011. 8.17.물날. 빗방울 몇 옥영경 2011-09-05 1197
4724 2009. 3.28.흙날. 풀리는 날씨 옥영경 2009-04-08 1197
4723 2009. 2. 3.불날. 맑음 옥영경 2009-02-13 1197
4722 2007.10. 1.달날. 먹구름 지나다 옥영경 2007-10-13 1197
4721 2008. 9.18.나무날. 맑음 옥영경 2008-10-04 1196
4720 2007. 1.30.불날. 거친 저녁 바람 / 왜냐하면... 옥영경 2007-02-03 1196
4719 2008. 6.24.불날. 볕 쨍쨍 옥영경 2008-07-11 1195
4718 2006.2.21.불날. 옥영경 2006-02-27 1194
4717 2007. 4. 1.해날. 앞을 가리는 황사 옥영경 2007-04-16 1193
4716 2012. 4.22.해날. 갬 옥영경 2012-04-30 1192
4715 2007. 6. 9.흙날. 맑음 옥영경 2007-06-22 1192
4714 2012.11. 5.달날. 갠 듯하다 오후 흐리고 밤 비 옥영경 2012-11-17 1191
4713 2006.10.29.해날. 맑음 옥영경 2006-10-31 1191
4712 2006.5.7.해날.맑음 옥영경 2006-05-11 1191
4711 2006.1.28.흙날. 맑음 옥영경 2006-02-02 1191
4710 2006.1.27.쇠날. 맑음 옥영경 2006-01-31 1191
4709 2017.12.30.흙날. 뭔가 올 듯 흐리더니 하오 눈발 얼마쯤 옥영경 2018-01-23 1190
4708 2009. 4.20.달날. 태풍이라도 지나는 것 같은 옥영경 2009-04-29 1190
4707 2008.11. 8.흙날. 흐림 옥영경 2008-11-24 1190
4706 2007. 3.14.물날. 흐림 옥영경 2007-04-02 1190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