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핏 잠이 들었던가, 총알이 난무하는 소리를 듣는다.
깨어보니 자정, 비가 후두둑 지붕을 때리고 있었다.
‘열두 시가 되며는 문을 닫는다’...
오래 가물었다.
비 소식에 엊저녁엔 나무며 꽃이며 밭의 작물들이며 물주는 수고를 덜었다.
고맙다.
그래서 또 살아지는 들이고 사람이겠다.
04:30 싹 하고 일어난다. 머리가 좀 묵직하다.
불과 얼마 전까지 이 시간은 잠을 자러 들어가는 시간대거나 가장 깊이 잠이 든 시간.
습을 바꾸는 건 얼마나 지난한 일인가.
건강의 적신호가 온 뒤 자정이면 모든 걸 접고 일단 이불 안으로 간다.
잠을 자지 못하더라도 몸을 널어두려.
6시 일어날 때까지 그야말로 잠에만 집중하려는.
04:30부터 22:30, 물꼬 stay 흐름이 머잖아 하루 흐름일 수 있도록
어쩌면 연습을 해가는 시간일지도 모르겠네.
05시~06시 해건지기
06시~08시 때건지기
08시~09시 시 읽는 아침
그리고 정오까지 일을 한다.
어느 순간도 쉼이 없다.
다른 생각이 끼어들 틈이 없다.
오후에는 사이집 편백나무 너머 울타리 경계석 안쪽으로 땅을 파낸 자리에
학교 돌계단 쪽에서 파내 온 바위취를 놓고
달골 오르는 길에 있에서 파온 돌나물을 심었다.
멀리서 말고 이 골짝 안에서!
뭔가 필요한 것들이 생기면 사오는 대신 이 안에서 해결을 하려한다.
반그늘 식물이라 비 다녀간, 이 좋은 날 옮기기 딱 좋았더라.
17시~19시 차를 마시며 비로소 이때에야 한숨 돌리는 물꼬스테이.
19시~20시 달건지기 시간, 각자 잡은 책을 들여다볼 때
2018 학교아저씨의 기록을 이제야 들추었네.
무산샘과 장숨샘이 애 많이 쓰셨구나, 그런 줄 알았지만.
소사일지도 일지지만
커다란 달력 뒷장에 나름 항목별로 분류해서 정리해놓기도.
놀라운 기록이었다.
당신이 살아주어 이 공간이 맥을 유지했네!
학교 뒤 댓마가 종일 시끄러웠다.
저녁상을 물리고 건너가다.
“저희가 명상모임을 하고 있어서...”
1년 1회 희추(계모임)라지.
여름이 오고 있고, 사이집 아래 계곡 곁으로 펜션도 있고, 건너 골짜기 야영장도 있어
지레 늘 그리 소란하면 어쩌나 싶어 건너갔던.
한 번이야 뭐 어떻다고.
20시~22시 실타래는 목탁 소리와 함께 반야심경을 외고
들고들 온 마음보따리를 풀었더라.
그리고 밤을 걸었네.
한밤, 비가 굵었다. 바람도 셌다.
사이집 남동쪽 울타리 편백나무 가운데
6번 나무가 이제 더 못 서있겠다고 자꾸 주저앉으려 한다.
여태 잘 있었는데 숨이 스러져 가서
이 비 흠뻑 맞고 괜찮으려니 하지만 눈시울이 붉어졌다.
먼데까지 와서 삶이 그야말로 뿌리째 흔들리는 존재라.
어찌 도우면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