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웠다, 9월을 다 보냈는데도.

다들 그렇다고 했다.

땀에 흠뻑 절었다.

여름의 미련 같은 그런 더위.


‘이 글 읽으며 엄마 생각을 많이 했네.’

아들에게서 문자가 들어왔다,

응급실 근무를 마치고 아침에 퇴근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의 글과 함께.

다른 이들이 일상을 시작하는 아침에 퇴근하기 일쑤인 그 전문의는

운전해서 퇴근하는 차 안의 몽롱하고 공허함을 떨치려 전화를 하기 시작하다

어머니에게까지 닿았고,

‘어머니의 목소리로 퇴근하는 차는 매일 평화롭다’ 했다.

그 차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 털어놓아도 괜찮다고.

‘... 힘든 밤을 보내고 맞은 아침 공기를 들이켜며 혼곤한 정신을 붙들고 거는 전화,

나를 지키려는 어머니의 음성과 곧 잊어버릴 잡담들, 수없이 바뀌어 하루도 같지 않던 날씨들,

그 강변과 담벼락과 수많은 차와 부슬거리는 빗줄기와 밥은 먹었냐고 웃던 장면.

나는 지금도 그 순간을 경험하고 있지만, 이것이 영영 기억에 남아 그리워하며 살 것임을 안다.

글은 그리 끝나고 있었다.

우리들의 어머니를 생각노니.

늘 만만하지만 또한 절대 만만하지 않은!

바위가 닳아 사라져도 남을 우리들 어머니의 온기로

우리가 또 세상을 살지라.


하얀샘이 손으로 빚은 만두를 한 상자 들여오고,

장순샘이 농사지은 마지막 자두를 들여 주고,

그리고 덤프트럭으로 두 대의 벽돌과,

준한샘이 1톤 트럭에 실어온 벽돌들이 있었다.

인근 도시에서 도로를 다시 깔며 나온 것들.

벽돌 값이야 인사치레면 된다지만 물류비는 감당해야 하는.

(산골 살아 좋지만 무엇에나 그 물류비로 배가되는 경비가 만만찮다)

이 멧골에서, 아침뜨樂에서 얼마나 요긴한 것들이냐.

두 대의 덤프트럭 것은 아침뜨樂 아래 공터에 내리고,

나머지 한 대는 뜨락으로 들어가 꽃그늘길 아래 부려놓았다.


달골을 돌보지.

사람들 주말에 다녀간 흔적들을 정리한다.

사람의 자리는 어째 그리 늘 쓰레기를 남기는가...

사이집으로 들어가는 나들목 가로 솔라등도 꽂았다,

그곳으로 갈라치면 캄캄한 동굴로 들어가는 것만 같던 밤들을 밀어낼.

사이집의 마른 풀도 베었다,

둘레 편백을 경계로 그 앞으로, 그리고 햇발동 수로 따라 가 쪽으로.

그리고, 씻지도 못하고 차를 몰아 인근 도시로 넘어가

차모임을 하고 돌아오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5086 2005.12.3.흙날.저녁답부터 밤새 내리는 눈 / 연수 하나를 마치고 옥영경 2005-12-06 1260
5085 4월 21일 상설학교 첫돌잔치에 모십니다 옥영경 2005-04-24 1260
5084 2월 6일 해날 맑음 옥영경 2005-02-11 1260
5083 2010 가을 몽당계자 갈무리글 옥영경 2010-11-06 1259
5082 2009. 2. 5.나무날. 맑음 옥영경 2009-02-13 1259
5081 2008. 5.26.달날. 맑음 옥영경 2008-06-02 1259
5080 2008. 2.11.달날. 흐릿 옥영경 2008-03-05 1259
5079 2008. 2. 8.쇠날. 맑은데도 눈 나풀나풀 옥영경 2008-03-05 1259
5078 2007. 5.16.물날. 비 옥영경 2007-05-31 1259
5077 2006.10.21.흙날. 맑음 / 밥알모임 옥영경 2006-10-25 1259
5076 2006.3.17.쇠날. 맑음 / 으아악, 쇠날! 옥영경 2006-03-23 1259
5075 9월 21일 물날 비 옥영경 2005-09-24 1259
5074 7월 13일 물날 맑음 옥영경 2005-07-20 1259
5073 2006.10. 9.달날. 뿌연 하늘에 걸린 해 옥영경 2006-10-11 1258
5072 2012. 2.16.나무날. 다시 한파 옥영경 2012-02-24 1257
5071 145 계자 나흗날, 2011. 8. 3.물날. 맑음 옥영경 2011-08-15 1257
5070 132 계자 여는 날, 2009. 8. 2.해날. 한 때 먹구름 지나 옥영경 2009-08-07 1257
5069 2008. 3.21.쇠날. 맑음 옥영경 2008-04-06 1257
5068 2007.11.13.불날. 맑음 옥영경 2007-11-21 1257
5067 2007. 6.10.해날. 맑음 옥영경 2007-06-22 1257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