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계자 신청을 받고 있는 중.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을 다시 읽는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 (<광휘의 속삭임>/문학과지성사, 2008) 가운데서
가마솥방에서는 고추장 게장을 만들고,
학교에서는 본관 복도 뒤란 낙엽을 정리하고,
달골에서는 타일절단기를 대여해오다.
한 번 쓰자고 사기는 또 부담이라.
큰 철물점에 알아보니 그런 방법이 있더라고.
타일가게에도 그런 게 있지 않을지.
오후 두어 시간은 타일을 잘랐다.
그 작업만 다 해도 일을 다한 것인 양.
언제나 시작이 반이라.
아, 이 밤에 알아버렸네.
나는 어째 앞만 있고 뒤가 없었는가.
어이하여 뒤는 돌아보지 못했는가.
싱크대에서 돌아서면 조리대 상판과 또한 만나는 걸.
거기도 음식 튀고 하니 깔아야지 않나.
마침 딱 그만치의 같은 타일이 있었더라.
여전히 많이 남는군 했더니만.
나이 먹는다는 건 몸에 지닌 것을 잊는 일인가.
안경을 쓰고도 안경을 찾고
펜을 들고도 펜을 찾고...
나이 먹는다는 건 내 가진 것을 잃는 일이기고.
많든 적든 마지막엔 결국 다 잃어버리는 일이 죽음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