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할 온)'갇힌 자()에게 물() 한 그릇() 준다'는 의미라네.

 

긴급도 너무 많고 재난도 너무 많다.

그래서 때로 알람 소리가 더 긴급재난이 되기도 하는.

새벽 긴급재난 문자. 블랙 아이스 사고 조심하라는.

0443분께 상주영천고속도로에서 블랙 아이스로 차량 연쇄 추돌 사고,

7명이 숨지고 32명이 다쳤다고.

눈비로 도로 겉에 얇은 살얼음이 생긴.

아구...

이런 거 모르고 길을 나선 이들에게 큰 도움이겠다.

지나치다 싶을 때도 있지만 놀라운 시스템으로 보이기도.

그렇게 사람을 구할 수 있다면 얼마나 귀한가.

새벽 비 내린 하늘이 아침엔 해를 데리고 왔다...

 

모둠방에 금이 간 창에 이어붙인 테이프가 너덜거리는.

유리가 없이 비닐이나 종이박스가 붙여진 곳도 있고.

바람이 드나드는 곳들을 찾아 보강한다.

아이들 뒷간도 청소를 하지.

한 번씩 먼지를 털어내 놔야 쓸 때 일정 진행을 위한 청소도 수월한.

 

아버지의 기제를 지내러 간다는 벗에게(이 정도 가까우면 주로 물꼬 논두렁!)

제수 하나 들려 보내지도 못한 대신 짧은 글 한 편 보냈네.

 

 

아버지와 옷걸이

 

 

벽에는 붙박이 옷걸이가 있었다

그런 거 하나는 있어야 사는 흔적

 

밥 한 공기 차지하지 못한대서야

살아 쓰던 밥그릇을 엎어 집을 삼은 아버지

둥근 집을 나올 때면

옷걸이를 잡고 벽을 탔다

걷는 데야 길이 아닌 곳이 있으려고

길이 없어서 문제가 아니었다

어둡거나 눈보라치거나 진창이거나 육지가 닿지 않는 바다

개나리 같은 생뚱맞은 기쁨을 주울 때라고 없을까

열심히 산다고 제대로 사는 건 아니었다

좀도둑도 연습이 필요한 세상

산꼭대기 나부끼는 남색 작업복

아버지의 생은 그 깃발 하나 얻던 일

돌아가는 당신 가방에 넣어갈 수도 없었던

 

외출을 끝낸 당신은 옷에 붙은 마른 풀잎을 탈탈 털었네

바깥과 안은 옷걸이에서 구분되었고

시달리지 않았던 우리들의 평화는

밖의 고단함이 옷걸이를 넘지 않은 까닭이었다,

안타까운 얼굴이 어울리는 풍경이었다

 

우리들의 옷걸이가 헐거워졌을까 벽으로 먼저 걸어가는 아버지

불러 진지 드세요, 아버지의 기제(忌祭)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706 2020.11. 8.해날. 흐림 / 일어나라! 옥영경 2020-12-15 392
705 2020.10.22.나무날. 젖어있다 갬 / 제도학교 특강 이튿날 옥영경 2020-11-25 392
704 2020.10.14.물날. 흐림 옥영경 2020-11-22 392
703 2020. 9. 9.물날. 저녁 쏟아지는 비 / 사흘 수행 닫는 날 옥영경 2020-10-09 392
702 2020 여름 청계 닫는 날, 2020. 8. 2.해날. 정오 지나며 소나기 한 차례 옥영경 2020-08-13 392
701 2020. 6. 8.달날. 맑음, 폭염주의보 / 왜 이렇게 늦었어요? 옥영경 2020-08-13 392
700 2023. 5.21.해날. 황사, 지독한 황사 옥영경 2023-07-05 391
699 2023. 2.20.달날. 맑음 옥영경 2023-03-17 391
698 2022. 8.16.불날. 간간이 비, 그리고 개다 / ‘우리끼리 계자’ 나흗날 옥영경 2022-08-26 391
697 2022. 5.13.쇠날. 흐리더니 비 지나다 옥영경 2022-06-16 391
696 2022. 3.25.쇠날. 흐리다 밤비 옥영경 2022-04-22 391
695 2022. 3.14.달날. 비 옥영경 2022-04-05 391
694 2020. 9. 7.달날. 태풍 하이삭 / 사흘 수행 여는 날 옥영경 2020-10-08 391
693 2023. 6.19.달날. 맑음 옥영경 2023-07-24 390
692 2022. 9. 1.나무날. 살짝 비춘 해 옥영경 2022-09-14 390
691 2022 여름 청계(7.30~31) 갈무리글 옥영경 2022-08-07 390
690 2021. 6. 8.불날. 소나기 두어 차례 / 다시 점봉산 옥영경 2021-07-06 390
689 2020. 9.26.흙날. 상현달로도 훤한 옥영경 2020-11-15 390
688 2020. 8.28.쇠날. 흐리다 오후 소나기 / 166 계자가 남긴 교무실 곳간 옥영경 2020-09-17 390
687 2022.11.22.불날. 흐리다 띄엄띄엄 비 / 호일 두 조각 옥영경 2022-12-16 389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