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해리 공부방 9월 8일 날적이

조회 수 892 추천 수 0 2003.09.13 02:23:00
4336. 9. 8. 달날

아이들이 늦게 들어옵니다. 달날엔 많이 늦습니다.
아이들 들어오자 마자 옥샘은 동화책을 읽어줍니다. 숙제해야 한다는 해림이는 열심히 숙제 하고 있다가 어느새 옆에 와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숙제 해야 된다매?"
눈치 빠른 주리의 일침!
"알았어."
하고 다시 책상으로 돌아가지만 어느새 다시 옆에 와 앉아 있는 해림이... 이야기 듣는 거 대개 좋아합니다.
간식은 하다 할머니댁에서 온 포도. 포도가 흔한 동네지만 또 정작 포도를 하는 집은 주리네 집밖에 없어, 애들 잘 먹습니다.
오전에 상촌초등학교에서 우리 학교 호두를 따 갔더랬지요.
이를테면 우리학교는 분교(대해분교)고, 그 상급학교가 상촌초등학교이니 해마다 이 맘 때가 되면 꼭 와서 따갑니다. 거름 한번 준 적도 없으면서 꼭 와서 따갑니다. 간식 먹으면서 이 호두 이야기가 한참 이어졌습니다.

해림 : 샘, 오늘 학교(상촌초등) 샘들이 왔는데, 불러도 아무도 안 계시더래요. 그래서 그냥 호두 따 갔대요.
상범 : 누가 그러대?
해림 : 버스 타고 물꼬로 오는 데, 학교 샘들을 만났어요.
상범 : 치, 아침부터 사무실에 있었는데, 한번 부르지도 않더만. 그러곤 뒤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길래 봤더니 이미 호두 따고 있던데.
옥샘 : 그 호두 따가면 뭐 해? 아이들하고 나눠 먹어?
해림, 민근 : 아니요.
해림 : 한-번도 준 적 없어요. 구경도 못했어요.
상범 : 봐, 그러면서 해마다 와서 따가잖아.
옥샘 : 가서 한번 물어봐. 호두 따서 다 뭐하시나요 하고...
해림 : 안 돼요. 대개 무섭워요. 특히 주리네 선생님 진짜 무서워요. 교감 선생님도.
아, 아이들하고 이 강한 동지감, 연대감! 속이 다 시원했습니다.

고학년은 과학입니다. 오늘도 기압에 대해서 배웠습니다. 민근이와 무연이 둘만 하지만 너댓명이 같이 하는 것 같습니다. 진짜 시끄럽습니다. 그리고 둘 다 정말 한 '기도'합니다.('기도'는 아는 체 잘 하는 사람을 부르는 안동 사투리랍니다. 누가 아는 체 하면,"그래, 기도 기도..")
무연이는 참 느리지만 이해하거나 기억은 참 잘합니다. 실험방법 같은 걸 기록할 때도 보면, 빠뜨리지 않고 꼼꼼이 참 잘 기록합니다.
저학년 애들은 한지로 상자를 만드는 데, 직접 밀가루풀도 만들어서 합니다. 하다도 같이 앉아 열심히 합니다. 그 곳서 열심히 해 놓고선, 나중에 과학하는 고학년에게로 와서 자기도 실험 보고 싶었다고, 한번 더 하라고 떼쓰고...

아이들 데려다 주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하다는 차에 '자유학교 아이들이 타고 다니는 스쿨 버스'라는 간판을 달자 합니다.

하다 : 그래서 아이들 타고 있을 때는 붙이고 또 아이들 없을 때는 떼자.
상범 : 어떻게 붙였다 뗐다 그래?
하다 : 음, 알았다. 못으로 붙여놓고 뗄 때는 떼면 되잖아.
상범 : 뭐, 어떻게 차에다 못을 박아?
하다 : 그럼 어떻게 하지?
상범 : 색테이프로 붙이자. 글자를 만들어서.
하다 : 음, 종이를 붙일까?(내 말은 무시하고) 아, 종이를 붙이면 안 돼요. 왜냐하면 비 오면 다 젖잖아. 아, 그래 종이 위에다 유리를 붙이자, 그럼 종이는 안 젖잖아. 유리만 젖고.

....... 하다도 한 '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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