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어리석음을 깨닫는다.
우리는 그들에게 혼자 깨달을 시간을 주어야 한다.
때로 많은 시간이 걸리기도 할 테지만 혼자서도 아는 날이 온다.
아이들만 그런 게 아니다.
우리 어른들도 그렇다. 물론 나도 그렇다.
안타깝게도 너무 자주 반복하거나 너무 많이 돌아가지만, 결국 안다, 깨닫는다.
허니 나는 알겠고 그는 모르는 걸로 보이는 어리석은 길을
내가 나서서 다 말할 건 아니다.
그도 그의 길을 아는 날이 오리라, 내가 나의 길을 아는 날이 오듯.
아이들에게 우리 어른이 가져야 할 절대적인 미덕은 역시 기다림일.
학교아저씨는 대문 앞 꽃밭의 쓰러진 장승을 다시 세워보고 있었다.
이참에 빼낼까 싶더니,
2004년 상설과정을 열기도 전 아이들과 계자에서 형길샘이 만든 거였다.
아직 그 역사를 기억할 수 있으니 기쁠.
다른 편의 아직 건재한 장승은 2004년 11월 지우샘이 와서 깎아주셨던 거다.
달골에 있는 세 쌍(창고동 들머리, 사이집 들머리, 아침뜨락의 미궁 한 쪽)은
모두 목연샘이.
형체를 지닌 고마움은 그것을 볼 때마다 고마움을 또 상기시키니
그래서 선물이란 쓰임이 좋은 것을 하는 게 맞겠네 싶은 오늘.
저녁에는 면을 밀었다.
반죽을 해서 밀고 펴서 채썰기.
물론 밀가루로.
더러들 물었지, 당면은 뭐로 만들지 하고.
당면 냉면 쫄면은 전분가루로. 그것까지 여기서 반죽하고 미는 건 아니고 사서 함 :)
헌데 나는 오랫동안 소면이란 말 가는 면인 줄 알았다. 小면으로 알고 있었던.
그런데 소복(素服) 할 때의,
‘하얗게 차려입은 옷. 흔히 상복으로 입음. 흰옷’을 말할 때의 그 소(素)였다.
① 흰 빛의 비단
② 흰 빛
③ 꾸미지 않고 수수한 것
④ 음식에 고기나 생선 따위를 쓰지 않고 채소류만으로 만든 음식
┈┈• ∼로 끓인 콩나물국
⑤ 상중(喪中)에 고기나 생선 따위를 먹지 않음
그러니까 중면(中麵)이란 말은 없는 거다. 소면이 小면이 아니니까.
소면(素麵)은 고기붙이를 넣지 않은 국수를 말하기도 함.
질리지 않는 칼국수다.
수제비도 그 반죽으로 하는 것이지만
뭔가 밀고 펴고 썰어먹으면 더 맛나게 느껴지는.
비까지 내린 뒤의 우중충한 저녁이어 맛나기 더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