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량이들과 아침뜨락을 걸었다, 습이들 앞세우고.
주인처럼 제습이와 가습이도 우리끼리 고즈넉하게 보낼 때도 좋아하지만
사람이 있으면 있는 대로 또 즐거워한다.
아침뜨락에 기울인 손을 미선샘이 읽어주셨네. 고마웠다.
뜨락을 나와 공식 일정처럼 지느러미 길 앞 장승 곁에서
동쪽에 뜬 해를 보며 둥그렇게 서서 나눔도 하고.
“국수 드시고 가.”
아침만 먹고 나서겠다는 걸 붙잡고 낮밥도 멕이기로 했다.
일도 하지. 늘 준비된 일이 얼마나 많은 이곳인지.
숨꼬방 둘레며 뒤란 낙엽을 긁다.
무량이가 저래 커서 큰 일꾼도 되고.
엄마들이 뎀비면 무섭지.
미선샘이 아주 더미로 옮기고 있었다.
마당에서 태우기도.
마침 산불감시원 와서 봐주고.
이런! 불 탄 자리에서 소연이가 미처 챙기지 못한 호미가 자루가 다 탄 채 나오기도.
일을 시작하기 전엔 농기구 걸이에서 씻어두지 않은 호미가 있기도 하더니.
언제나 일을 시작하는 마음이 산뜻하게 일을 끝낸 뒤 잘 정리하기,
일을 다 하고 제 손에 가져왔던 연장은 마지막까지 책임지고 돌려놓기.
그렇지, 늘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낮밥 밥상을 물리고 차를 내다.
미선샘의 살아온 세월을 듣다.
"물꼬를 챙겨서 열심히 다니실 때 당신 이미 좀 별났음!"
아, 한 사람의 생이 걸어 들어오는 기쁨, 사람을 만나는 기쁨!
고교시절, 그리고 대학 때 활동한 카톨릭학생회 이야기에 흠뻑 젖어 듣다.
마침 그 시절 사람들 몇과 곧 만날 자리가 있다지.
거기서 나누겠다고 책(<내 삶은 내가 살게...)을 몇 권 들고 가시다.
안다, 그게 고맙다는 인사이기도 하단 걸.
같이 만든 평화가 강처럼 흘렀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