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반딧불이를 사택 둘레에서 보다.

물꼬에서 자주 만나는 그네의 출현은

물꼬를 떠나서도 안정감을 주는가.

반가웠다.

 

본교 특수샘이 도움을 청했다.

올해 입학한 자페아와 수업하는 어려움을 토로하며 도와달라고 했다.

20년을 넘게 한 분야에서 일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내가 잘 모르겠으니 당신이 좀 도와달라는 말, 쉽지 않다.

고마웠다.

다음 시간 수업을 관찰하고 이야기를 나누자고 했다.

미리 몇 가지 기억하고 있는 자폐아들의 특징을 되살려본다;

장애는 관점의 문제이다.

우리가 그걸 비극으로 보면 비극이고,

그렇다고 행운이라고 말할 것까지 아니어도

그저 우리에게 벌어진 일이라고 보면 많은 일 가운데 하나.

먼저 충분한 시간을 들여 관찰하기.

그 아이의 세상을 인지하고 반응하는 자기만의 방식,

그러니까 그가 현실을 이해하는 특별한 방식을 이해하고,

그를 위해 더 많은 질서와 예측가능성이 필요함을 알아야.

질서와 구조를 잘 가르쳐주고, 천천히 말하기.

그도 뭔가를 즐기고 잘 해내는 것을 좋아한다는 그 평범함을

부디 알기로.

몇 동료들과 특수학급에 모여 쌈밥을 먹고,

엄마를 따라 학교로 와 있는 동료의 아이랑 공을 차고,

동료 하나와 숲을 걸었다.

어디나 관계의 어려움이 있고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이들을 물꼬 아니어도 만난다.

오늘은 한 동료가 다른 이들과 겪으며 부대끼는 마음을 하소연하다.

당신은 당신의 일을 잘 하고 있음을 말해주었다.

내가 내 일을 잘 하고 있다면, 그걸 안다면,

관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에서 오는 상처가 덜할 수 있잖을까.

 

오후에는 몇 샘과 모여서 비누를 만들었다.

서로가 가진 재능을 이렇게 가끔 나누며

아이들의 등교개학을 기다리는 날들이라.

, 출판사에서는 작가 증정용 책을 보내왔네: <모든 사람의 인생에는 저마다의 안나푸르나가 있다>(공명)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105 2021. 6.13.해날. 맑음 옥영경 2021-07-07 373
6104 2022. 2.14.달날. 비 살짝 / 나는 그대만을 위해 기도하지 않겠다(잊었던 8만 명) 옥영경 2022-03-24 373
6103 2022. 2.19.흙날. 흐리다 늦은 오후 눈발 옥영경 2022-03-24 373
6102 2022. 6.24.쇠날. 오려다 만 비 옥영경 2022-07-13 373
6101 2022. 8. 1.달날. 비 / 학교 갈 준비가 되었는가? 옥영경 2022-08-08 373
6100 2020. 4.23.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0-08-04 374
» 2020. 5.21.나무날. 맑음 / 자폐 스펙트럼 장애 옥영경 2020-08-10 373
6098 2020. 9.28.달날. 맑음 옥영경 2020-11-15 374
6097 2020. 9.29.불날 ~ 10. 1.나무날. 절반 흐림, 약간 흐림, 살짝 흐림, 흐린 사흘 옥영경 2020-11-15 374
6096 2020.11.25.물날. 맑음 옥영경 2020-12-24 374
6095 2021.12. 1.물날. 갬 / 우리들의 깊은 심중 옥영경 2021-12-31 374
6094 2022. 5. 3.불날. 맑음 옥영경 2022-06-14 374
6093 2022. 6.10.쇠날. 해, 물기 있는 옥영경 2022-07-08 374
6092 2020.11.16.달날. 맑음 / 나도 예쁜 거 좋아한다 옥영경 2020-12-16 375
6091 겨울 청계 여는 날, 2020.12.26.흙날. 흐리다 해 옥영경 2021-01-15 375
6090 2020.12.29.불날. 눈 날리는 저녁 옥영경 2021-01-17 375
6089 5월 빈들모임(5.28~30) 갈무리글 옥영경 2021-06-30 375
6088 2022. 8.20.흙날. 맑음 옥영경 2022-09-03 375
6087 2022. 9.17.흙날. 흐림 / 9월 택견모임 옥영경 2022-10-01 375
6086 2023. 6.21.물날. 비 살짝 옥영경 2023-07-24 375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