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옥샘 차가 없던데...”
머물고 있는 사택 앞에 두었으니 학교 주차장에 내 차가 있을 리 없었다.
“날아왔지, 더 빨리 오고 싶어서!”
“아하... 들어가도 돼요?”
아침마다 같이 노는 1학년 둘이 특수학급으로 들어온다.
일찍부터 온라인 연수 하나를 듣고 있었다.
오늘은 마지막 날.
종일, 그리고 밤까지 계속해야 겨우 통과를 하려나.
하는 데까지.
30시간짜리를 겨우 몇 시간 듣고 손을 못 대다 어제부터 틈틈이 열심히 달리는 중.
어제만 해도 저녁7시에 학교를 나섰던.
“오늘은 OO누나(2학년)한테 갔다 올게요.
옥샘은 하시던 거 하고 계세요.”
저들 눈에도 뭐가 바빠 보였나 싶지만
동네 누나랑 수다 떠는 게 더 즐거운 오늘이려니.
곧 돌아온 녀석과 또 다른 녀석을 데리고, 아침마다 같이 노는 그들이지,
체육관으로 가다.
아침부터 활발하게 움직여 힘을 좀 빼고 수업을 하면
(물꼬에서 새끼일꾼들이 몸으로 아이들의 힘을 좀 빼면 교사가 수업하기 훨 수월한 것처럼)
담임이 수업하기에 수월할 테지.
우리는 그곳에서 몸활동도 하지만 말법도 배우고 있다.
무엇을 원하는 게 있을 때 찡찡대는 게 아니라 어떻게 말할지,
또 상대가 기분 나쁘지 않게 (행동을)하고 싶도록 하는 말하기 그런 거.
곧 자폐아도, 2호차 타고 들어온 아이들도, 달려와 같이 놀았네.
어제는 본교 특수샘이 병가를 냈다.
하루 더 쉬다 오실 걸, 본교 교장샘 말대로였다면
우리 학급 수업이 붕 떠버렸을.
오늘은 또 작은 문제가 생기다.
대전에서 오는 특수학급 도움샘의 아들이 다니는 학교를 사이에 두고
양쪽 두 학교에서 확진자가 생기고,
그래서 간밤 자정 다 돼 아들 학교에 등교중지 소식이 들어왔다는.
일단 출근을 했지만 돌아가야 할 것 같단다.
하여 이곳 교장 교감샘께 말씀 넣고 이번 주는 출근을 않기로 했다.
어제 병가를 냈던 본교 특수샘께 하루 더 쉬라, 여기 일을 알아서 하겠다,
간밤에 그리 문자 넣으려다 접었지. 알아서 하실 일이기도 했고.
오늘은 괜찮다는 판단으로 일단 오신 도움샘,
아니 오셨으면 땀 꽤나 뺐을 날이었을.
맞춤한 또 하루라!
“차나 한 잔 하고 가셔요.”
이번 주 오지 못할 도움샘을 찻자리에 앉힌다.
“제가 (이 상황에) 차를 마시고 가도 되나...”
옆반 샘이 다식으로 먹으라 호두파이를 들여 주었고,
도움샘은 지난시간 가져다둔 치즈케잌을 어제 다 먹었다고
오늘은 카스테라를 들고 왔다.
세상이 어째도 우리는 밥을 먹고 일을 한다.
이런 상황이나 저런 상황이나 다 사는 일이라,
자, 지금은 차 한 잔!
마침 4학년 국어수업이라 4학년 두 명이 왔고,
같이 앉아 차를 마시다.
“어제는 무슨 맛인지도 몰랐는데(자폐아가 동석했던), 부드럽네요.”
그러면서도 묵직함이 있었다.
호두파이도 잘라 다식으로 먹었다.
3교시는 2학년 아이 하나 특수교육 대상 여부를 가늠하는 관찰 중.
담임교사가 부탁한 일이었고
세 차례 걸쳐 관찰하겠노라 했던.
오늘은 그 학급내에서의 아이의 소통을 관찰하다.
활달한 아이.
그런데 관성으로 글을 읽는.
맥락을 이어가는데 서툰.
하지만 수업 안에서 그렇다고 일상이 그런 건 아니었다.
그렇다면, 장애가 있다면 학습장애 정도로 보이는.
그런데 그것 역시 엄마와 누나들의 장애에 노출된 탓일지도.
다양한 관점에서 보는 중이라.
이 순간이 한 존재를 규정하는 어마어마한 일이 될 수도.
하기야 교사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어느 때라고 그런 무게가 아니려나.
나는 아이들 '앞에' 서 있나니 부디 곧게 걷기!
어라, 얘는 또 어딜 갔나.
자폐아인 우리 진새가 1학년 교실에 없단다.
본교 특수샘도 보이지 않네.
체육관에 가 있을 확률이 높다.
4학년 체육시간을 챙긴 듯이 들어가서 뛰어다니는 아이니까.
아니나 다를까, 본교 특수샘이 체육관에서 데려나오려 애쓰자 아이는 바닥에 눕고
그 아이를 일으켜 세우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가셔요, 제가 할게요.”
특수샘을 보내고 이어 그 아이의 손을 잡고 씨름 하다.
눕는 것을 막으려 한다.
말하는 법을 찾게 하려 한다.
의사를 표현하는 긍정적인 방법을 찾게.
밖으로 나왔다.
“이쪽으로 가고 싶어요!”
문장을 가르치고 여러 번 반복할 것도 없이 그는 원하는 걸 결국 말한다.
누워 뻗치려할 때도 말로 하라 이른다.
시도하는 아이.
그의 버릴 행동을 대체할 긍정적 행동을 찾아 계속 가르치기.
저도 이제 좀 이 공간을 익혔겠지.
등교개학이 벌써 달포가 되었지 않나.
담임 왈, 아무것도 못할 줄 알았는데
크레파스 가져오라고 하니 제 사물함에서 꺼내 책상에 올려놓더라고.
그 아이 머리가 좋다. (사람들이 그 아이를 향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걸 할 줄 안다.
소근육이 약해 제 물병도 못 든다 했지만 한다.
식판을 못 들고 갈 줄 알지만 들고 간다.
자폐아라고 지능이 다 낮은 건 아니다.
서번트증후군처럼 특정 영역에서 천재적이기도 하고.
이 아이는 저가 답답한 게 없는 거다.
엄마가 미리 알아서 너무 많이 챙겨주는 듯도.
제 일이 되어야 아이도 움직인다.
이 아이에게 제 일을 가르치기.
급식실 식구들이 건너왔다.
다른 때라면 차를 내리.
내 책에 사인들을 받으러 온.
단체급식에서 개별식단을 내게 자주 차려내 주시는 분들이라.
고기를 먹지 않는 이를 배려한.
오늘은 레몬베이스를 한 통 건네주다.
따지 않고 그대로 남은 걸.
물꼬 살림을 헤아린 것이라.
“눈치가 있어야지!”
당신들 눈에도 바빠 보였나 보다.
그때 또 누가 들어선다.
젤 대장 어른. 퇴직하고 기간제로 여전히 학교 강사로 오시는.
명상에 대한 질문들을 하셨는데,
다른 날에 나누자 함.
연수를 끝내다. 그것도 들으니 요령이 생기더라.
자정에 마감인 연수였다; 기초안전교육.
6개월마다 들어야 하는 연수였기도 하지만
아무도 하라고는 안 했다.
그런데 물꼬 역시 필요한 연수였던.
그래서도 챙겨 듣고 싶었다.
신청해놓고 못하는 건 또 뭐람.
뭘 하기로 했으면 해야지.
결국 다 했다. 주관식 객관식 시험과 연수후기는
마감 지나서 해도 별 무리는 없었으나 앉은 김에 그 자리에서 하기로.
저녁 8시께 학교를 나서다,
주무관에게 연락해 문을 거십사 하고.
요새는 원격조종도 됨.
물꼬 바깥식구 하나 왔다.
여기서 물날 저녁을 그런 만남에 쓰고 있다.
좋은 데 데리고 가서 저녁을 먹었고, 몇 가지 먹을거리를 들여 주고 갔네.
번번이 내가 하는 대접이 아니라 오는 이가 하는 대접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