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한 때 소나기 내리자 28도로 떨어진 기온.

 

비가 많았고 그만큼 볕이 모자라 가마솥방 다육이들은 가늘거나 바래거나.

배식대로 옮기고 살펴주다.

다육이 책상 아래도 구석구석 살펴주다.

밥상머리무대 구석구석, 피아노 뒤도 긴 장대에 걸레를 말아 닦아내다.

계자에서 썼던 앞치마들도 삶는다.

부엌장도 일부를 차지하고 있는 앞치마 상자도 이참에 정리.

아이들용으로 오랫동안 썼던 비닐재질은

녹아서 찐뜩거리는 것들도 있어 치워내다.

계자 때 보고 이제는 치워내야지 하던 고래방 무대 편 대기실에 걸렸던 검도복도

오늘은 치워냈네. 2004년과 2005년에 상설 아이들이 썼던 것이다.

아예 아주 내보내려 한다.

한 시절을 또 그리 훨훨 보내다.

제빙기와 팥빙수기계도 들여 넣기 위해 닦았다.

이미 볕에 한 번 말려 물기는 날렸으나

유심히 보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틈새에 고새 낀 물때들을 칼끝에 행주를 감아 닦아내기.

 

구례에서 안부 전화가 들어오다, 이제야 소식 여쭙는다며.

그곳이 좀 수습이 되니 비로소 다른 사람들 생각이 났다고.

비에 잠겼더란다.

아이들은 처형 댁에 보내고 부부가 정리를 하고 있다고.

여긴 스며든 습으로만 하는 고생이었으나

그곳들은 물에 흠뻑 젖은.

모다 고생했다. 무사해서 고맙다.

우리는 어째도 또 살아낼 테다.

 

그리고 그대에게.

마음을 표현하고 싶고 표현할 수 있을 때에 표현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작은 선물을 보낸다는 그대의 선물을 받았다.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고 표현할 수 있을 때 하려고 글을 쓰네.

그대를 잊은 적이 없다. 거의 모든 순간에 생각한다.

그대를 손이 닿은 곳이라면, 그대와 함께 한 일정이 이곳에서 반복될 때면

어김없이 그대가 떠오른다.

그대가 보내온, 티베트 큰 스림이 개인 수행할 때 쓰신다는 향을 피운다.

늘 강건하신 건 알지만... 그렇지 못하는 날들이나 순간에는

차나 향으로 함께하고 싶다는 그대의 말로.

함께 보내온 백차도 달인다.

내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알아주어 더욱 고맙다.

그대가 이곳에도 언제나 있다.

강건하시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806 169계자 사흗날, 2022. 1.11.불날. 눈발 흩날리는 아침 / 우리도 저런 시절이 있었다 [1] 옥영경 2022-01-15 692
805 169계자 나흗날, 2022. 1.12.물날. 맑음 / 꽈리를 불고 연극을 하고 [1] 옥영경 2022-01-15 703
804 169계자 닷샛날, 2022. 1.13.나무날. 눈 내린 아침, 그리고 볕 좋은 오후 / ‘재밌게 어려웠다’, 손님들의 나라 [1] 옥영경 2022-01-15 676
803 169계자 닫는 날, 2022. 1.14.쇠날. 맑음 / 잊지 않았다 [1] 옥영경 2022-01-15 665
802 2021학년도 겨울, 169계자(1.9~14) 갈무리글 옥영경 2022-01-16 740
801 2022. 1.15.흙날. 맑음 옥영경 2022-01-26 459
800 2022. 1.16.해날. 흐리다 맑음 / 드르륵 문 여는 소리 옥영경 2022-01-26 540
799 2022. 1.17.달날. 밤 눈발 옥영경 2022-01-27 487
798 2022. 1.18.불날. 흐리다 해 / 학습의 밑절미 옥영경 2022-01-27 568
797 2022. 1.19.물날. 흐리다 잠깐 눈발 / 잭 머니건과 의기투합한 걸로 옥영경 2022-01-28 495
796 2022. 1.20.나무날. 대한(大寒), 흐린 하늘 / 아, 두부 하나에 상자 하나 옥영경 2022-01-28 499
795 2022. 1.21.쇠날. 맑음 옥영경 2022-01-30 501
794 2022. 1.22.흙날. 흐리다 한 방울 비 지난 저녁 / 페미니즘을 말하는 책 두 권 옥영경 2022-01-30 530
793 2022. 1.23.해날. 흐림 옥영경 2022-01-31 511
792 2022. 1.24.달날. 흐림 옥영경 2022-01-31 506
791 2022. 1.25.불날. 가랑비 옥영경 2022-01-31 535
790 2022. 1.26.물날. 맑음 / 교육재정을 들여다보다; 풍요는 낭비가 아니다! 옥영경 2022-01-31 653
789 2022. 1.27.나무날. 맑음 / 전복 옥영경 2022-02-24 433
788 2022. 1.28.쇠날. 맑음 옥영경 2022-02-24 1495
787 2022. 1.29.흙날. 흐리다 맑음 / 대중 경제서 두 권 옥영경 2022-02-24 429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