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 7.흙날. 맑음 / 땔감

조회 수 362 추천 수 0 2020.12.15 22:51:21


 

무산샘의 번들거리는 얼굴과 엔진톱 소리가 우리를 맞았다.

벌써 땀이 입은 옷을 다 적시고 있었다.

08:30 물꼬발 추부행,

장순샘이나 준한샘의 트럭으로 무산샘이 일하는 곳으로 땔감을 실으러 간다,

계획은 그랬다.

지난 달 말 그곳 작업장에 참나무가 많다 했다.

작업을 위해 샀으나 이태를 그냥 흘러 보냈고,

더 있으면 땔감으로도 소용이 없겠다고.

게다 작업장 이사도 앞두고 있었다.

장작이 늘 필요한 물꼬라,

겨울 난방을 위해서가 아니라도 자주 마당에 모닥불도 피우니까.

일정이 좀 더뎌졌고, 하얀샘의 트럭이 나서서 오늘 08:45에 학교를 떠났더랬다.

 

무산샘이 미리 싣기 좋게 나무를 잘라 놓아 일이 수월했다.

학교로 돌아와 나무를 부렸다.

내리는 결에 자르고 쌓기로 했다.

식구 하나라도 더 있을 때 일하자고들.

늘 남은 사람들의 일이 많은 이곳이니.

하얀샘이 엔진톱을 들었고,

기락샘과 학교아저씨가 학교 뒤란 벽으로 옮겨 쌓았다.

패는 건 천천히 하면 될 테고.

 

식당이었다. 나무를 실어놓고 이른 낮밥을 먹자고 무산샘과 하얀샘과 들어갔더랬다.

오늘의 첫 손님들이었고, 그래서 오늘 했다는 갖가지 반찬들이 모두 다 나왔다.

두 사람이 나가고, 내가 계산을 하려니 카드발급기에 문제가 있었다.

5만원권 하나와 5천원권 하나를 꺼내 현금으로 계산하고 1천원을 돌려받았다.

따로 영수증을 챙기지는 못했다.

나는 자주 부주의하다.

사람들이 나무를 내리고 쌓는 동안 부엌일을 했고, 저녁 밥상을 준비했다.

고작 세 사람이 먹은 밥이, 곡주도 등장했다지만

요새 밥값이 만만찮다고들 했지만 뭐가 그렇게 비싸나,

쌀을 씻고 국을 끓이며 아까 낮의 식당을 곱씹었다.

세상에 나가 돈을 쓸 일이 그리 있지 않은 나는

물가에 대한 체감이 한 박자 늦기 일쑤였다.

세 사람이 같이 먹은 새우탕 대자가 25천원에 공기밥이 1천원씩에...

아무리 계산해도 그 값은 지나쳤다.

들어온 하얀샘한테 물었다, “새우탕 대자가 얼마였는지 기억나요?”

그런데 지도를 검색해도 그 식당의 전화번호가 나오지 않았다.

무산샘한테 문자를 넣었다. 오늘 아니어도 거기 번호 한 번 챙겨주십사 하고.

곧 연락이 왔다. 일하다 거기 밥 먹으러 가겠다고 명함을 챙겼다 한다.

식당에 전화를 했고, 이야기는 잘 전해졌다.

밤 안으로 나머지 돈을 돌려받기로 했다.

내 부주의함으로 그쪽에도 내게도 불편을 만들었다.

그가 미안하다며 언제 지나다 들리면 우렁술을 한 병 내겠다 했다.

내가 더 미안할 일이었다.

오늘의 교훈; 영수증 잘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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