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 8.해날. 흐림 / 일어나라!

조회 수 390 추천 수 0 2020.12.15 22:52:09


 

아침뜨락 옴자에 꽃처럼 심은 배추를 몇 포기 잘랐다.

멧돼지가 헤집어놓은 데서 살아남은 것들이었다.

지난 10월 크레졸을 곳곳에 달아놓은 이후 아직 그들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된장을 풀고 썬 청양고추 몇 개 던져놓고 배춧국을 끓였다.

해날이면 낮밥을 먹은 뒤 습이들 산책을 시키고

반찬들을 주루룩 해서 대처 식구들 편에 보낸다.

오늘도 번호 매긴 찬통들이 가방에 실렸다.

 

일어서야 할 때!(‘일을 해야 할 때’ ‘글을 써야할 때의 다른 말이기도.)

그렇다고 널부러져 누웠던 것도 아니고

때마다 밥상 차리고 틈틈이 흙벽 보수 작업도 하고(오늘도!) 닥친 일상을 건사했지만

역시 책상에 앉는 일이 아니면 일을 하지 않은 것 같은.

1114주 위탁교육을 끝내고 아주 아주 느리게 움직이고 있었다.

거의 한 주를 자판은 두들기는 일 없이 보낸.

오늘은 마지막 보루였던 벽이 내 쪽으로 훅 밀리는 듯한,

마치 내 삶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위기감까지 일었다.

써야겠다!

 

계자에서 아이들이 모두 자고 샘들이 둘러앉아 하루 갈무리를 할 때면

마지막 안내는 언제나 이렇다; 아무 생각 없이 죽은 듯이 자고 아침에 깨울 때 !’하고 일어나시기.

더는 다른 생각이 끼어들 틈을 주지 않고 몸으로 자신을 깨워내라는 말이다.

샘들한테 계자는 잠과의 사투라고 할 정도로 잠이 모자랐다.

이곳의 원시적 불편을 교사들 몸으로 메우는.

그것은 날마다 나 자신을 일으키는 주문이기도 하다.

, 일어나는 일은 어찌 그리도 습이 아니 된단 말인가.

우리 뇌는 불편하고, 무섭고, 어려운 일은 피하는 쪽으로 설계되어 있다지.

사실 바라는 것을 얻는 건 단순하다.

하지만 단순하다고 해서 그게 쉽다는 말은 아니다.

익숙하고 안전하고 편안한 것을 깨고,

어렵고 불확실하거나 두려운 것들을 하는 것.’

우리는 사실 우리가 살고 싶은 인생을 위한 정보를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데도

하지 않는다.

우리들의 아침이 자주 그렇다.

알람을 끄고 다시 자고 만다. 그게 쉬우니까.

우리가 인생에서 변화시키고 싶은 것이 무엇이든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우리 뇌가 절대 그것을 하고 싶지 않다는 것.

과학자들은 그것을 행동에너지라고 부른다.’

오늘 어느 귀퉁이에서 읽은 글귀들이었다.

그렇다. 잠을 깼을 때, 혹은 알람이 울렸을 때 싹하고 일어나기!

더 자는 건 안 돼, 미루는 것도 안 돼! 그냥 싹!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해야,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는 방법은 정말 단순하다.

자신에게 강제로 하게 할 것!

우리 뇌가 자동으로 선택하는 쉬운 길을 깨야.

자신을 강제로 불편하게 하기,

자신의 안전지대에서 벗어나기.

그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으면서 무언가 이뤄지길 바라지 말 것.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는 익숙한 안전지대를 벗어나면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다.

지금은 이렇게 어떻게든 자신을 일으켜 세워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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