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15.해날. 맑음

조회 수 390 추천 수 0 2020.12.16 23:14:35


 

아침이면 오늘은 흐린가 한다.

늦게 오르는 해 때문이다.

산이 둘러친 옴팍한 골짝이라 겨울 해는 더욱 더디게 닿는.

아침 8시에도, 흐리려나 하고 있다 시간을 보고는 해가 오는 길이겠구나 하는.

 

아침뜨락을 돌아보다.

아고라 길을 따라 좌우로 심은 커다란 광나무 네 그루와

달못 가에 더해 심은 자작나무 셋에 물을 흠뻑 주고,

옴자 눈썹 모양에 심었던 배추를 네 포기 뽑다.

봄동처럼 자라있던.

밥못은 수위가 훅 낮아져있었다. 가을 가뭄이 그랬다.

그래도 미궁으로 이어진 호스로 느티나무에 물 좀 주고.

 

낮밥을 먹고 대처 보낼 반찬을 준비한다.

늘 보내는 것이 비슷비슷한데 어제는 장도 좀 보고 왔던 터라

오늘은 고기도 있네.

그거 얹어 묵은지찜도 하고, 생선찜도 하고,

두부 부쳐 간장조림, 어묵도 볶고, 오징어채도 볶고,

제주도 잠깐 머물던 다정샘이 꺾고 말려 보내준 고사리 불려 나물도 하고,

새송이야채볶음, 감자채볶음, 그리고 열무김치.

, 잠깐!”

마침 어제 무를 여럿 들였더라. 깍두기를 뚝딱 담아 10번까지 채운 반찬통.

 

오늘도 후드청소.

양철 갓 안쪽을 덧닦기.

바의자에 한 발을, 스토브 위로 살짝 다른 발을 올리고

갓을 뜨거운 물로 적시고 쇠수세미로 문지르고 다시 걸레로 닦아내기를 반복.

그 아래 하얀 벽도 그을음이 얼룩져 있었더랬다.

뜨거운 물로 몇 차례 닦다.

드디어 떼 놓고 닦았던 후드 다시 붙이기. 이것으로 사흘간 이어진 후드 청소 끝.

 

흙집 창문에 안쪽 창으로 달 알리미늄샷시 창도 오다.

오늘은 틀을 실리콘으로 붙여두다.

한 이틀 둔 뒤 창을 달려.

밖으로 여닫기던 바깥쪽 나무 창문은 그대로 두고 쓰기로.

아무렴 뭐라도 한 겹 더 있는 게 겨울나기는 좋을 테니.

여름에는 아예 밖으로 열어두면 될 테고.

 

오늘 의대를 다니는 아들에게서 문자가 들어왔는데,

이번 블록에서 정신과를 다루고 있다지.

이론들 별거 없넹~ 다 울엄마가 하던 거네 ㅎㅎ그리고 특히나 인지치료부분.’

하하하, 웃음 터졌다. 그 말이 아무렴 이론들 별 거 없더라는 말일까만.

산마을에 살다 세상 나가서 만나는 것들을 그렇게 소식 전해온다.

 

오늘은 겨울 90일 수행여는 날.

창고동 수돗물이며 변기 물을 빼고 닫는 것을 시작으로 일정을 열지만

이미 늦은 저녁이라 내일로 넘기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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